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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낯선,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백남준아트센터 ‘오픈코드. 공유지 연결망’

'0과1' 디지털 코드로 세상 표현

눈에 보이지않는 일상 들여다봐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익숙한 미래’

스몸비 방지·빗물받이 스티커 등

무심코 지나친 공공디자인 조명


어제도 오늘도 어딘가에서 본 ‘그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함께하는 ‘무엇’일 수도 있다. 익숙하기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일상의 요소’를 작품으로 재해석한 전시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오픈코드. 공유지 연결망’과 문화역서울284의 ‘익숙한 미래’ 전시다.

우리 삶속 0과 1의 세상-오픈코드


마틴 나달&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의 ‘비터코인, 최악의 광부’(2016)/송주희기자




옛날 동네 슈퍼마켓에서 봤을 법한 낡은 계산기가 느리게 영수증 같은 종이를 뽑아낸다. 2분마다 기계가 뽑아내는 9㎝ 길이의 하얀 종이 위에는 의미 모를 숫자가 찍혀 있고, 종이는 전시장 바닥 한쪽에 서서히 쌓여 간다. ‘답답한 속도’를 자랑하는 계산기 뒤로는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비트코인에 관한 영상이 돌아간다. 스페인 출신 작가 마틴 나달과 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가 속도가 핵심인 비트코인 세상을 이 오래된 연산 장치를 통해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 ‘비터코인, 최악의 광부’(2016)다. 작가들은 “이 작은 종이들이 쌓여가면서 비트코인 채굴에 얼마나 많은 물리적·환경적 자원이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베른트 린터만·페터 바이벨 ‘YOU:R:CODE’(2017)/사진=ZKM(Karlsruhe and Jonas Zilius)


백남준아트센터와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ZKM의 공동기획전 ‘오픈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디지털 코드로 구축된 세계로 본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어진 세계를 늘 마주하는 사용자의 경험과 인식을 컴퓨터 코드 본질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13명(팀)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코드를 사용해 그 속성을 새롭게 표현했고, 버튼이나 QR 코드 등을 이용해 관객들이 작품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독일 베른트 린터만·페터 바이벨의 ‘YOU:R:CODE’(2017)는 전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한쪽 벽면에 네 개의 액정 화면이 걸려 있는데, 그 앞을 지나는 개인의 이미지는 디지털 데이터로 변형되고 마지막엔 산업용 판독 코드로 축소된다. ‘당신의 코드(your code)’ 혹은 ‘당신은 코드다(you are code)’로 읽을 수 있는 작품명처럼 이 시대에 개개인은 코드로 구성돼 있고, 각종 장치에게 인간은 코드로 인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인숙의 ‘비트 스텝’(2021)은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완성된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위축된 시기, 작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걸음에 주목해 이 독특한 장치를 구현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 속도에 맞춰 음악 데이터(BPM)로 치환되고, 이 값에 해당하는 음악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난다. 경제적으로 효용 없는 발걸음 데이터를 취득하는 작업을 통해 넘쳐나는 데이터로 둘러 쌓인 환경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개인 정보의 일상적 유출을 은유한 작품이다. 다시 문 연 미술관에서 ‘걷는 행위’를 통해 이동과 만남의 의미를 환기하기도 한다. 10월 24일까지.

평범해서 눈에 안 들어온 미래 가치-익숙한 미래


공공 디자인의 가치와 이번 전시의 의미를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공공디자인인 ‘옐로 카펫’ LED 작품으로 표현한 인트로 공간/사진=송주희기자


‘오픈코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의 무엇을 들여다본 전시라면 ‘익숙한 미래’는 익숙하고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았던 ‘공공디자인’을 조명한다. 무심코 지나친 길 곳곳에 자리한 공공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자리다. 전시는 공공 디자인의 일상성에 주목하고, 이들이 바꾸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 새롭고 낯선 것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익숙한 미래’임을 이야기한다. 문화역 서울 284 전시장을 놀이터, 공원, 거리, 학교, 골목길, 지하철 등 여섯 개의 일상 공간으로 연출해 각 공간에 적용된 디자인을 선보인다.

스몸비 사고 방지를 위한 보행로 디자인(왼쪽)과 빗물받이 쓰레기 투기 예방을 위한 ‘한국형 노란 물고기 캠페인’의 디자인/사진=송주희기자


예컨대 ‘거리’ 섹션에서는 ‘배려’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이른바 ‘스몸비’ 사고 방지를 위한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이들의 시선에 맞춰 바닥에 LED 신호등을 설치하고 경각심을 주는 픽토그램 스티커를 붙였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바닥 신호등 덕에 교통신호 준수율이 90%대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빗물받이 위에 웃는 얼굴의 스티커를 붙여 쓰레기 투기와 이에 따른 역류·오염을 방지한 ‘한국형 노란 물고기 캠페인’ 디자인, 시민과 기업의 참여로 설치하는 ‘기부형 업사이클링 벤치’ 등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이현성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과 교수는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명하고 직접 체감하게 함으로써 그 가치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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