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이 그린 미술 작품들의 가격이 최대 50만 달러로 예상되는 가운데 백악관이 이 작품들의 판매를 앞두고 윤리 문제로 고심하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차남인 헌터 바이든(51)은 올 가을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뉴욕 전시회를 기획한 조르주 베르제 갤러리(Georges Berges Gallery) 측은 헌터 바이든 작품에 책정될 가격이 7만5000달러(약 8600만원)에서 최대 50만 달러(약 5억7500만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헌터 바이든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고 “지금은 창조적인 예술에 평생을 바친 직업상 변호사”라고만 간단히 설명했다.
앞서 헌터 바이든은 과거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 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거물 정치인인 아버지의 후광으로 각종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에 휩싸여 왔다.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시절 헌터가 우크라이나·중국 외국 기업의 이사로 등재돼 거액의 연봉을 챙겼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예술 평론가들은 헌터 바이든이 아니었다면 작품이 그렇게 비싸게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했다. 10년간 뉴욕 맨해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마크 스트라우스는 “아무도 이 가격에 사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높은 가격에 판매할 때는 그 예술성을 합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품이) 나쁘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것과 멋진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바이든이라는 이름이 붙은 값”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백악관 측은 대통령의 가족이 주관적인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데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 윤리 사무국을 이끌었던 월터 샤우브는 “누가 이 예술품에 돈을 지불하는지 모르고 (헌터 바이든이) 구매자를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백악관에 대한 접근을 노리고 작품을 사려는지 여부를 감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윤리 수석 변호사였던 리처드 페인터는 “(헌터 바이든은) 대통령의 아들이고 사람들이 그에게 많은 돈을 주기를 원한다”며 “외국 정부가 누군가에게 구매를 요청하거나 로비스트가 백악관으로부터 호의를 얻기 위해 예술품을 구매하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미술품 거래는 추적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고가 미술품의 2차 시장과 구매자의 익명성이 미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우회 접근을 가능케한다"고 지난해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백악관이 원치 않는다고 해서 헌터 바이든이 작품을 파는 행위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대통령과 영부인이 헌터 바이든의 작품을 홍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헌터 바이든은 최근 아트넷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예술 철학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감정이나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둘 다 매우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림은 보편적인 진리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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