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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임금제도 정상화 시급하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한국노동경제학회장

대립 반복 일률적 결정방식 대신

업종·규모별 최저임금제로 전환

매년 아닌 경제상황따라 조정해야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5.1% 인상했다. 문재인 정권이 약속했던 최저임금 1만 원에 미치지 못해 노조는 불만이지만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을 코로나19보다 더 두려워하는 자영업 및 소상공인에게는 충격이다. 자영업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하고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근로자가 증가하는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반면 고소득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덩달아 임금이 올라가 소득 불평등은 커질 것이다. 빈곤층을 줄이려고 도입한 최저임금제도는 역효과를 일으켜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랬듯이 최저임금 심의는 소모적인 대립을 반복해왔다. 최저임금의 합리적인 수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만 있었다. 양측의 주장이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시간을 끌어도 합의할 수가 없어 결국 공익위원이 결정해왔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커지고 또 파행적 결정이 관행화됐다는 것은 최저임금제도가 고장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지난 1980년대 후반과 경제·사회 환경이 전혀 달라졌다. 그 당시는 취업 걱정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고성장했다. 대기업 고용 비중이 40%를 넘고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80%로 격차가 작았으며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없을 만큼 노동시장이 평평했다. 노동력이 젊고 노사 관계도 안정적이라 임금이 올라도 생산성을 높여 인건비 부담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률이 그 당시에 비해 5분의 1로 떨어지고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10%로 줄어 근로자 3명 중 2명이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한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5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근로자의 3분의 1을 넘는다. 게다가 1,000인 이상 대기업은 노조 조직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막강해져 ‘1국 2경제’라고 할 만큼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심각해졌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결정 무대는 숫자는 작지만 힘이 센 대기업 노사에 기울어져 있다.



최저임금 결정의 무대가 비정상적으로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저임금이 정부 사업에서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고 대기업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이용되면서 최저임금 결정은 전국 단위의 임금 인상 협상으로 변질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매우 빠르게 올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이 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많아 제도의 공정성이 떨어진다. 최저임금을 1인 이상 사업체에 일률 적용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지만 영세 사업체는 따라갈 수 없다. 전체 근로자의 16%,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무려 36%가 최저임금 이하로 일한다. 노동의 빈익빈 부익부를 만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 일은 경제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다. 내년 대통령 선거는 최저임금제도가 취약 계층의 보호에 충실하도록 정상화하고 이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계기로 돼야 한다.

외국의 경험까지 고려하면 정상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일률적 최저임금제는 업종·규모별 최저임금제로 전환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강제적인 만큼 정부가 결정하고 노사 단체는 의견을 제시하도록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 또 매년이 아니라 경제와 고용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을 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만으로 저임금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 훈련과 취업 정보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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