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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대기업 박차고 나와 '나눔 미술관' 꿈 일구다

■ 한국의 컬렉터들- 유중아트센터 정승우 이사장

김종근 미술평론가

베풂·인재양성 강조한 외증조부 유지

평생 좌우명 삼고 비영리 재단 꾸려

연구자·작가 지원 문화공간 자리매김

韓작가~해외 유명작품 1,000점 소장

"대중과 스토리 공유할때 마음 설레"

아트센터 넘어 현대미술관 변신 추진

정승우 유중아트센터 이사장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음악과 미술이 한 공간에 존재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있다. 바로 지덕체 삼위일체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비영리 공익 유중재단에서 운영하는 ‘유중아트센터’다. 이사장은 30대 초반에 멀쩡한 대기업을 다니다 이제는 예술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아트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정승우 씨.

그의 철학은 재단의 이름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유중’은 외증조할아버지의 호를 딴 이름이다. 그만큼 외증조부의 존재는 그에게 각별하고 특별하다. “어린 시절 제 눈에 보인 할아버지는 항상 중절모에 단정한 양복을 입은 신사였습니다. 이런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참 좋았어요. 집에 돌아가지 마시라고 지팡이를 몰래 숨겨놓았을 정도죠. 저에게 바이올린을 선물하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문화 예술이 새로운 품격을 선물할 게다. 품격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셨죠.” 베풂과 인재 양성을 강조한 외증조부의 유지는 정 이사장에게 평생의 좌우명이 됐다.

한때 삼미문화재단에서 사회 공헌 사업 분야를,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에서 계약 관리와 선주 가족들의 국제 학교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그가 예술에 빠지게 된 것도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고려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면서 법에 미술과 문화를 접목한 그는 이후 아트센터를 열고 연주자와 작가 1,000여 명을 지원했다. 이들을 위해 개최한 공연이 250여 회, 전시회는 200여 회에 달한다. 이를 통해 유중아트센터는 명실상부한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꿈이 큰 만큼 욕심도 많았다. 언제나 한국 문화 예술의 품격을 높이고 관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신개념 공간을 꿈꿨고,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행복을 주는 공간으로 ‘예술은 교류'임을 직접 실천하는 셈이다.

정 이사장은 이제 현대미술 작품을 제대로 갖춘 훌륭한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영인 컬렉터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이배 작품 앞에 앉아 있는 정승우 이사장


유중아트센터는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나 있을 법한 김환기나 이우환·박서보·김창렬·이배 등 대표적인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구사마 야요이,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 등 해외 유명 작품은 물론 이이남·김태호·강애란 등 순수 회화와 미디어 아트 입체 작품 등도 장르별로 갖춰져 있다. 그렇게 모은 작품이 1,000점에 달한다.

유중아트센터에 전시된 설치미술가 강애란의 작품


그는 이런 비장품들을 이따금 일반에게 공개한다. “단순히 소장만 하기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들이 너무 불쌍해서”라는 것이 그가 밝힌 이유다.

그는 컬렉션에서 비구상 추상화를 선호하는 자신의 취향만 고집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좋아할 만한 ‘보편성을 가진’ 작품들을 수집한다. 많은 대중이 훌륭한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이유다. 그림을 구입해 함께 보고 그 생각과 배경·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그림을 살 때마다 그를 흥분시키고 설레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컬렉션을 하는 이유도 소장품으로 현대미술관을 세우고 싶다는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김태호 작가의 작품과 정승우 이사장


그는 지금의 아트센터 정도 되는 수준에서 벗어나 조만간 미술관 형태로 체제를 바꾸고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러한 일들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베풂과 나눔이다. 기업이 기부를 통해 사회로 환원하는 행위 중 그가 주목하는 것은 '메세나’다. 메세나는 기업들이 문화 예술을 적극 지원하는 활동이다. 그가 메세나협회 회원이 된 가장 큰 배경이다.

정 이사장은 문화 예술을 위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심지어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한다. 실제로 그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교토조형예술대학과 교류전을 갖고 동남아국가들과도 이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문화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문화 예술이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문화 예술이야말로 영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진행돼야 할 분야라는 것이다. 멋진 미술관을 설립하고, 궁극적으로는 문화특구로 지정돼 문화 융합 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라는 꿈도 여기에 바탕을 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보면서 모교의 의료원을 떠올린 그는 특별히 선정한 2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

오래전 그와 처음 만났을 때 1만 원짜리 회덮밥과 김밥 체인점에서 김밥을 사 먹었던 것을 기억한다. 소박하고 검소한 그가 그림 컬렉션 외에는 그다지 사치를 부리지 않는 이유를 이제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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