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면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와 진 전 교수의 설전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정 변호사는 10일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에게 고소를 당한 진 전 교수에 대해 "현재 퀴블러로스의 죽음의 5단계 중 2단계인 '분노'의 단계에 접어든 듯 하다"고 정조준했다.
이같은 정 변호사의 언급은 박 전 시장 유족 측의 고소를 두고 "내가 쫄 거라고 생각하나. 변호사가 참 앙증맞다"라며 "논객 하다 보면 두 달에 한 번 당하는 게 고소다. 사람을 잘못 골랐다. 고소했으니 이제 성가시게 하지 말고 좀 닥치라"고 날을 세운 진 전 교수의 반응을 맞받은 것으로 읽힌다.
정 변호사가 꺼낸 퀴블러로스의 '죽음의 5단계'는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심리 변화를 '현실부정(denial)-분노(anger)-협상(bargaining)-우울(depression)-수용(acceptance)' 5단계로 구분 지은 것이다.
정 변호사는 특히 분노의 단계와 관련해서는 "(진 전 교수가) '왜 나만 갖고 그래??' 이럴 줄 알았는데, '이제 성가시게 하지 말고 좀 닥치세요'란다"라며 "누가 자기를 성가시게 했다고? ㅎ"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협상의 단계, 우울의 단계, 수용의 단계에 대한 설명을 열거한 뒤 "진중권씨는 앞으로 위 각 단계를 차차 밟아가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편 정 변호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진중권씨가 고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취지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했다"면서 진 전 교수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불과 며칠 전에 그런 내용을 기사화하고 유튜브 방송을 했던 한겨레신문 기자와 유튜버를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로 한 사실이 언론 등에 많이 보도됐다"면서 "시사평론을 한다는 진중권씨가 정작 시사에 어두운 모양"이라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강제추행 고소사건은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수사기관의 '공소권없음'처분으로 종결됐고,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시장의 평등권침해 차별행위(성희롱)에 관하여 조사했을 뿐"이라며 "그러므로 고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행위"라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진중권씨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부득이한 결정"이라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은 특히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박원순 전 시장의 젠더 감수성을 능가할 한국 남성은 없다"는 정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대부분의 남성은 감수성이 있든 없든 성추행은 안 한다"고 적었다.
이같은 정 변호사의 언급을 두고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그럴수록 돌아가신 분 명예만 더럽혀진다"면서 "이제라도 이성을 찾으라"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풉, 개그를 해라"라며 "변호사라는 사람의 논리가…"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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