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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회원 1년새 24% 증가…대학가선 '공강 라운드'까지

[스크린골프, 대안에서 대세로] <중>고루한 골프를 바꾸다

11개大 300여명 연합 동아리도

업장 1% 늘면 主참여인구 1.7%↑

"전 지역·소득·연령서 경험 가능

스포츠 복지 차원서도 큰 의미"

스크린골프를 즐기며 ‘셀카’를 찍는 2030 골퍼들. /김세영 기자




편한 복장으로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2030 골퍼들. /김세영 기자


“전체 손님 중에 30~40%는 20~30대 젊은 분들이에요. 전부 자기 골프백을 들고 오고 이벤트 참여율도 아주 높아요.”

경기 안성에서 스크린골프 매장을 운영하는 황태길 씨는 최근 들어 젊은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황 씨는 “20~30대 손님들은 아무래도 ‘가성비’에 민감하다 보니 가격이 조금 싼 오전 시간대에도 손님이 꽤 있다. 저녁 시간에만 붐비던 예전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며 “젊은 고객들은 매장에 비치된 클럽을 거의 쓰지 않는다. 혼자 와서 두 게임 이상 치는 분도 많다”고 했다.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골프가 스크린골프 인기를 등에 업고 ‘쿨한’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스크린골프’를 치면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스윙 영상이 넘쳐 난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샷 관련 수치를 확인하며 실력이 성장하는 과정을 즐긴다. 스크린골프의 인기는 전체 골프 시장 규모를 키우는 촉매 역할도 한다.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 스포츠경영 연구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골프 인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스크린골프장 수가 1% 증가하면 ‘골프 주(主) 참여 인구’는 1.7% 늘어나고, 스크린골프 연간 라운드 수가 1% 늘어나면 골프 주 참여 인구는 2.4% 증가한다.

600여 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골프는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스포츠 중 하나로 인식돼왔다.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이 처음 여성 회원을 받아들인 것은 무려 개장 275년 만인 지난 2019년이었다. 골프는 복잡한 룰과 격식을 강조하는 문화, 남성 중심의 전통으로 무장했다.



스크린골프의 등장이 많은 것을 바꿨다. 이동 시간까지 포함하면 주말 하루를 반납해야 가능했던 18홀 라운드를 퇴근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깃 있는 셔츠와 주름 잡힌 바지가 대표하던 라운드 복장도 활동적인 티셔츠와 편한 면 바지로 대체되고 있다. ‘아재’들만 재밌어하던 그들만의 놀이가 2030 젊은 남녀의 쿨한 여가로 진화했다.

골프존에 따르면 자사 2030 회원 수는 올 7월 기준 37만 1,200명에 이른다. 1년 전의 29만 8,800명에서 7만 2,400명(약 24%)이 늘었다. 2030 여성 회원은 같은 기간 2만 7,200명 증가했다. 전화를 대신한 애플리케이션(앱) 예약도 보편화하고 있다. 스크린골프 예약 앱 김캐디가 올해 연령대별 이용률을 조사했더니 25~44세 비중이 55.4%나 됐다.

2019년 미국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우리나라의 스크린골프 문화를 집중 조명하며 “한국에는 골프존 매장이 스타벅스 커피숍보다 5배 많은 5,756개”라며 놀라워했다. 압도적인 접근성 덕에 사람들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편하게 골프를 접한다.

고려대 골프 동아리 ‘For Birdie’ 학생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촬영했다.


이렇다 보니 당구장·PC방이 주류였던 캠퍼스 문화에도 골프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공강 시간(강의가 없는 때)에 스크린골프 9홀을 치고 오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골프 동아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학기당 50명씩 가입 신청이 몰리는 학교도 있다. 자체 면접도 꽤 까다로워졌다.

11개 대학에서 약 300명이 등록된 골프 동아리 연합회도 있다. 이 모임 회원인 박건호(고려대 컴퓨터학과) 씨는 “골프는 젊은 층의 접근이 쉽지 않은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멋지고 예쁘다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아주 친근해졌다”며 “코로나19로 다른 스포츠 활동이 조심스러워지면서 골프에 입문하는 젊은 층이 더 많아진 것도 같다”고 했다. 그는 “학생 신분이라 여전히 필드골프는 부담스럽지만 스크린골프는 부담이 적다. 2명이 가면 2시간도 안 걸린다. 1주일에 두 번은 간다”고 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체육·문화 경험 격차를 좁히는 데 스크린골프가 일조한다는 연구도 있다. 스크린골프장은 산간벽지와 도서 지역에도 있고 심지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도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김태희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인간은 스포츠 활동 등의 추억을 수치화해 저장하려는 ‘자기정량화’의 욕구가 있다. 이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 스크린골프라고 본다”며 “대도시 외 지역에도 넓게 퍼져 언제 어디서든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부가 강조하는 스포츠 복지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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