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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코로나 디바이드' 희생양 전락한 자영업자

거리두기 직격탄에 문 닫는 가게들

자영업 비중 역대 최저로 떨어져

정책 아닌 공약 대상으로 여기면

자영업자 시름만 더욱 깊어질 뿐





자주 가던 동네 단골 옷가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찾지 못한 가게였는데 오랜만에 산책을 하다 쇼윈도에 내걸린 ‘폐업 정리’ 문구를 보고 들어갔다. 반갑게 맞아준 가게 사장의 입에서 금세 한숨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견뎌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근처 가게 중에서는 그래도 꽤 손님이 많은 곳이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의 카운터펀치를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나야 어떻게든 가게를 그냥 지키고 싶지만 본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접는다고 하니 방도가 없다”고 했다.

동네 상권에서 느낀 코로나19 충격파의 현실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7월 전체 취업자 2,765만여 명 가운데 자영업자 수는 556만여 명으로 비율이 20.1%였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저치다. 이런 흐름이라면 조만간 2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흐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발전한 선진국일수록 자영업자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자영업자 감소를 비정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 5년 전 한 연구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와 진단을 보자. 2016년 한국경제연구원은 ‘비임금근로자의 고용 구조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2014년 우리나라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의 비율이 26.8%로 정상 수준보다 약 8.5%포인트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 사회적 상황에 비해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면서 “비정상적으로 과중한 비임금근로자 비율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정상 수준보다 46%나 높다며 비임금근로자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자영업 비중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4.6%(2019년 기준)로 여섯 번째로 높았다. 한국보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국가는 콜롬비아(51.3%), 멕시코(31.9%), 그리스(31.9%), 터키(30.2%), 코스타리카(26.6%)였다. 주요7개국(G7)인 미국(6.3%), 캐나다(8.6%), 독일(9.6%)은 자영업 비중이 10% 미만이고 영국(15.3%), 프랑스(12.4%), 일본(10.0%)은 10~15% 수준이었다.

OECD 국가와 G7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았던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년도 안 돼 20%대로 떨어지며 선진국을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경제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나 노동구조의 자연스러운 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비중은 한 국가의 경제 구도 고도화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은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가 2주 연장되고 식당·카페의 영업 제한 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 단축되자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을 더는 국민으로 보지 않는 것이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기 상황일 때만 임시방편의 처방전을 쓰면 경제 토양인 자영업의 풀뿌리는 말라버린다. 정책이 아니 공약 대상으로만 여기는 자영업자 대책이 재연되면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의 희생양이 된 자영업자의 시름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신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 자영업자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겠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떠안는 희생양이 된 채 자영업자의 비중이 축소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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