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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소설을 읽으면 새로운 것이 보이죠”

영등포평생학습관이 마련한

김선아 박사의 ‘‘페스트’, 알제리와 프랑스’

서울 대영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소설 ‘페스트’를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는 시간 가져

김선아 박사가 지난 27일 서울 대영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설 ‘페스트’를 역사와 접목시킨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27일 서울 대영고등학교 도서관에 독서토론반과 도서반 학생들이 모였다.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1947)’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특별한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영등포평생학습관이 지역 청소년들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준비한 강의였다. 이화여대 사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아 박사가 강의를 맡았다.

김 박사는 “영화나 소설 등을 볼 때 배경지식을 갖추면 작품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며 “소설 ‘페스트’도 작가 카뮈의 성장 배경과 역사에 대해 이해하고 읽으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소설 ‘페스트’는 1940년대 페스트가 발생한 ‘오랑’이라 도시에서 각자 다른 태도로 흑사병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프랑스 작가 카뮈가 알제리의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제리의 지리적·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에 위치한 알제리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알제리는 이 같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일부 유럽 국가들의 침략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1830년에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가 돼 1962년 해방을 맞이하기까지 무려 130년간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아야 했다. 당시 알제리 토착민들은 유럽에서 온 백인들로부터 차별을 당했다.

카뮈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가 4년간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카뮈는 독일에 저항하는 내용을 신문으로 제작해 배포하며 프랑스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이 같은 프랑스인들의 저항 운동에 힘입어 1944년 프랑스는 독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 소설 ‘페스트’는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했던 시기에 카뮈가 파리에서 쓴 작품이다.

작가 카뮈와 알제리, 프랑스의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마친 김 박사는 “알제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 ‘페스트’에 프랑스인들만 등장하고 알제리인의 이름은 단 한 명도 거론되지 않는 것이 이상지 않은가”라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정말 등장인물의 이름이 모두 프랑스인”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 박사는 “소설에서 카뮈는 프랑스인에만 생명력을 불어넣고 알제리 토착민은 무명씨로 남겨뒀다”며 “프랑스의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했던 카뮈는 알제리가 독립하지 않고 프랑스의 통치 하에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영향력 있는 작가 카뮈의 이 같은 모순된 행동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학생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강의를 마치며 김 박사는 “작가 카뮈와 알제리·프랑스 역사를 알고 보면 소설 ‘페스트’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듯이 문학 작품의 배경을 이해하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여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등포평생학습관이 마련한 김 박사의 ‘‘페스트’, 알제리와 프랑스’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대영고 1학년 윤지수 양은 “소설 ‘페스트’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니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문학 작품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알게 된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2학년 최진영 양은 “알제리의 역사를 알게 됐고 당시 알제리인들이 받은 차별과 독립 후 내부 분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됐다”고 강의를 들은 소감을 밝혔다.

홍인경 대영고 사서 교사는 “소설 ‘페스트’를 다른 각도로 접근해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역사와 지리에 관심을 갖게 동기를 부여해 준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오는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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