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확산에 영국과 싱가포르에서 시행 중인 ‘위드코로나’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60~80%인 이들 국가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자 백신 접종을 전제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계획했던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이뉴스는 나딤 자하위 백신담당 정무차관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 10월에 방역 규제가 다시 도입될 수 있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입원 환자 수는 988명으로 지난 2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현재 영국은 가장 과감한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고, 코로나19 치명률은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지난 7월 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한 뒤 모임 인원 제한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모두 없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도 해제했다.
하지만 학교가 등교 수업을 재개하고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도 늘어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의 한 매체는 정부에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 소속의 한 과학자가 10월 말 무렵 정부가 규제를 재도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확진자 수 증가가 입원 환자 수 증가로 이어지며 의료 체계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닐 퍼거슨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대 교수는 “2∼3주간 확진자가 증가하고 고점에 머물다가 감소할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확진자가 6∼8주간 늘어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입원 환자 수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 6일 싱가포르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공동 의장인 로런스 웡 재무장관은 “코로나19가 지금 속도로 계속 퍼진다면, 한 달 후 하루 2,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러스 확산세로 추가적인 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주 싱가포르에서는 1,200여 명의 코로나19 지역 감염자가 발생해 직전 주(약 600명)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싱가포르의 인구는 약 570만 명이다. CNN 방송은 “싱가포르의 위드코로나 정책이 위험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엄격한 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정부는 “코로나19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발표하며 ‘위드코로나’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싱가포르는 인원 모임 제한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500인 이상의 종교·체육·문화 행사를 허가했다. 다만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하며 ‘점진적인 위드코로나’ 정책을 추진했다.
싱가포르와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각각 79%와 65%다. 이런 ‘백신 접종 모범국’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자 높은 백신 접종률을 전제로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을 계획했던 국가들은 고민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세가 일상 복귀를 늦추고 있다”며 “의료 체계 붕괴 우려에 여러 국가가 쉽게 (규제 해제 등으로)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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