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집에서 바람을 피워 주거 침입죄로 재판에 넘겨진 내연남에 대해 대법원이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984년 이후 부재중인 공동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외부인 출입을 주거침입으로 판단해온 판례를 40여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내연 관계인 유부녀의 허락을 받고 불륜 목적으로 주거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내연 관계인 유부녀의 집에 3차례 들어갔다가 주거 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공동 거주자인 유부녀의 허락을 받았으나 또 다른 공동 거주자인 남편 동의는 받지 못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며 “설령 이를 금지하는 공동거주자 평온상태를 해치더라도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 측의 통상적인 생활의 일환이라면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검찰 측은 불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민법상 불법행위이므로 주거침입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냈다. 주거침입죄는 시설을 파손하거나 흉기를 소지한 채 출입을 한 경우에도 성립하는데, 불륜도 이같은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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