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당국이 코로나19 예방 백신 거부 시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9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와 밀라노, 베네치아 등에 산재한 시위 주동자 8명의 자택을 압수 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백신 거부 시위 참가자들에게 폭력 행위를 사주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이 개설한 '전사들'이라는 명칭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사제 폭발물을 집회에서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백신 거부 시위는 일종의 면역 증명서인 '그린 패스' 제도 도입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그린 패스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검사를 통해 음성이 나온 사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 등에게 발급하는 증명서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6일부터 실내 음식점과 문화·체육시설 출입 시 그린 패스 지참을 의무화했다. 이어 이달 1일부터는 버스·기차·페리·여객기 등의 모든 장거리 교통수단 이용 때도 그린 패스를 제시하도록 했다.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정책적 의도가 내포돼 있다.
주요 대도시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백신 거부 집회는 그린 패스 제도 도입 이후 과격·폭력 양상으로 변질됐다. 시위 참가자들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부 장관 등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정치인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성 글들이 난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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