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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문어발 상장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승배 증권부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식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주가가 유사한 외국 기업보다 싸게 형성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빗발치는 국내 기업의 ‘자회사 상장’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업 스스로 자초한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한국 주식에 대한 매력을 일정 부분 감퇴시키겠지만 그보다는 개인·기관투자가의 권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결정이 반복되면서 한국 시장이 신뢰를 상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개 자회사 상장은 모기업 주가에 독약이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는 모회사를 버리고 사업회사(자회사)로 대량의 교체 매매를 하고 ‘더블 카운팅’ 이슈가 불거지면서 모회사 주가는 이론상 값어치보다 훨씬 아래에서 형성된다. 시장을 감동시킬 만한 호재 없이 모회사 주가가 건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모회사 주주의 권리침해 소지가 커 미국·영국에서는 ‘쪼개기 상장’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나마 동시 상장을 인정해줬던 일본에서는 주주 간 이해 충돌을 조율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수십 조 원을 들여 자회사를 상장폐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한국은 어떤가. 회사는 투자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소액주주의 일방적인 희생 문제는 축소시키면서 ‘기업이 레고블록’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지난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증시에 입성시켰고 페이·모빌리티·엔터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주 코스피에 상장하는 현대중공업은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와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가 모두 상장돼 ‘트리플 카운팅’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쏟아지는 중복 상장에 숫자상 이익이 왜곡될 여지가 커지면서 코스피 저평가가 심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1세대 주주행동주의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강성부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 글로벌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와의 굴욕적인 일화를 소개한다. 강 대표가 투자 성공의 비결을 묻자 CIO는 “한국에 투자하지 않은 덕분이다. 대주주가 회사를 몇 번 떼었다 붙이면 일반 주주는 거지가 되는데 뭐하러 투자하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증시 이탈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그들을 원망하기보다 한국 시장에 잠재된 후진적 면모를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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