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급하게 서류를 보낼 일이 있어 모 온라인 플랫폼에 있는 퀵서비스 메뉴를 이용했다. 요금은 다소 비쌌지만 신속성에다 배송 여부 알림, 무엇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신뢰가 들어 다시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플랫폼은 국민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백신 예약, QR 체크인, 백신 접종 증명 등 정부의 역할도 일부 대신하고 있다. 다만 플랫폼이 기존 산업 영역을 대체하거나 중개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플랫폼상에서 변호사·수의사·공인중개사 등의 광고나 비교·추천을 하면서 전문 자격사와 충돌하고 있고 모빌리티·금융에서도 레거시(legacy) 사업자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업자 간 갈등과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은 정부 규제를 재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안을 제안했고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올해 6월 15일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32세의 나이에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플랫폼 반독점 규제에서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독점 규제의 근거가 됐던 소비자 후생 기준으로는 플랫폼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의 구조와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회는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을 제한하고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제한하는 등의 5대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제안한 상황에서 최근 금융위원회도 플랫폼의 금융 상품 가격 비교, 추천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9월 25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근거로 플랫폼의 보험·투자·카드 등 금융 상품 가격 비교, 추천 서비스는 “광고”가 아닌 “중개”이기 때문에 금융법상 라이선스 취득 없이는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 도입은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 등이 증거로 확인된 후에 해도 늦지 않으며, 특히 데이터,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테크(tech) 기반의 신산업인 경우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가져오는 혁신의 과실을 전체 경제가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 적용의 유예를 인정한 규제 샌드박스도 이런 정책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소비자 피해 구제 원칙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기존 레거시 사업자가 주장하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은 형평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그 원칙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실질적 형평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한편 플랫폼의 시장 확대가 과도한 수수료, 요금 인상 등에 따른 자영업자·소비자 등의 피해로 귀결되는 경우 이에 대한 사후 규제는 불가피하다.
원칙적으로 정부의 역할은 신산업은 물론 구산업에도 규제를 완화해 신·구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플랫폼을 통한 중소 사업자의 시장 진입 기회 및 소비자의 편익 확대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불공정 행위나 소비자 피해라는 문제점을 시정하는 핀셋형 규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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