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모습이 참으로 질펀하다. 짤막한 서커스 공연이 끝나자 조명이 붉게 바뀌며 스트립댄서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입었다고 하기 곤란한, 끈밖에 없는 옷차림의 무희가 다가가자 몸을 밀착시키자 관객은 기꺼이 지폐를 꺼내 가슴팍에 꽂아준다. 댄서의 옷차림도 제각각이어서, 동남아 전통무용의 장식부터 산타클로스 복장까지 현란하다. 몸의 은밀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도, 대놓고 만지는 것도 허용되는 기이한 풍경, 일본 동경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카바레 ‘로타리’였다. 남녀가 사교춤을 추고, 술잔과 눈빛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요, 전라(全裸)의 여인이 노신사의 몸을 타고 올라가 테이블 위를 성큼성큼 돌아가니는 일은 예사였던 곳. 그럼에도 누구하나 불쾌하게 행동하거나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즐겁게 웃던 곳.
일본의 뒷골목, 야쿠자의 일상 등의 사진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승우가 62년간 운영된 카바레 ‘로타리’의 모습을 담아 사진집 ‘마지막 카바레’(이숲 펴냄)을 최근 출간했다. 양 작가가 1년쯤 이곳을 취재하며 사진을 찍었던 이 카바레는 지난 2020년 2월 말 갑자기 문을 닫았다. 사진집은 마지막 영업장과 그 쓸쓸한 뒷모습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양 작가는 이 카바레에 관해 “‘로타리’의 오너는 신주쿠에서 전설의 지배인으로 불리는 요시다 상인데 팔순 나이에도 현역으로 일하며 쇼가 시작되면 조명기를 열심히 손으로 돌렸다”면서 “240평이나 되는 대형 카바레에 등록된 아가씨만 80여 명,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인데 그 중 매상 넘버원이 72살 할머니다”라고 소개했다. 양 작가는 지배인 요시다 상의 말을 빌려 “옛날엔 남자들이 돈 쓰는 거리였는데 요즘엔 여자들이 돈 쓰는 호스트바 세상이라 카바레는 그만둘 때가 된 거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요즘 호스트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제일 비싼 술이 6,000만 엔, 넘버온 호스트 혼자서 올리는 일 년 매상이 2억4,000만 엔이라고 한다”면서 “기가 막힌다. 나는 하루 꼬박 일하고 일당 1만5,000엔 받는다”고 덧붙였다.
원래 카바레(cabaret)는 188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생겨나 확산된 것으로, 음식과 술을 곁들여 쇼를 구경하는 특수한 사교장을 가리킨다. 카바레는 일본으로 건너가 인기를 끌었고, 다소 변질된 형태로 한국에까지 전파됐다. 일본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는 과거 카바레가 밀집했으나 지금은 호스트바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양승우는 일본의 조직폭력배인 야쿠자와 노숙인, 일용직 노동자, 유흥가 여성과 그들의 아이 등 도시의 소외된 사람들을 어루만지듯 찍어왔다. 불량스럽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짙지만 피사체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촬영한 사진들이 ‘사람’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의 사진은 들추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내고, 어지러운 장면 속에 희미한 인간애를 깔고 있다. 지난 2017년 외국인 최초로 제36회 도몬켄(土門拳)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사진상을 받았고, ‘청춘길일’ ‘너는 저쪽 나는 이쪽’ 등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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