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는 최대 14개의 클럽을 사용할 수 있다. 스포츠 종목 중 가장 많은 장비가 사용될 만큼 용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클럽을 보면 해당 선수의 플레이 특징과 성향도 엿볼 수 있다. 프로 골퍼들은 때로는 클럽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는 지난 시즌 새롭게 바꾼 퍼터 덕에 무려 1,500만 달러(약 175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원래 헤드가 일자 형태인 블레이드 퍼터를 사용하던 캔틀레이는 올해 4월부터 말렛형 헤드의 스카티 카메론 팬텀 X5 퍼터로 바꿨다. 그러다 플레이오프 2차전인 BMW 챔피언십을 일주일 앞두고 같은 모델이지만 톱 라인에 ‘정렬선’이 있는 제품으로 교체했다. 볼에도 정렬 라인을 그려 넣었다.
효과는 엄청났다. 캔틀레이는 원래 퍼팅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는데 신들린 퍼팅 능력을 선보였다. BMW 챔피언십 최종일 18번 홀에서 약 6.6m 버디 퍼트를 성공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전에서도 고비 때마다 퍼팅을 쏙쏙 집어넣었다. 대회 나흘간 퍼터로만 14.577타의 이득을 봤다. PGA 투어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아주 작은 변화가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마법 같은 퍼터를 얻었다”고 한 캔틀레이는 여세를 몰아 투어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 달러를 차지했다. 고진영(26)이 최근 바꾼 퍼터는 스카티 카메론 팬텀 X 5.5 모델이다.
나이키골프는 골프채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토니 피나우(미국)의 골프백에는 여전히 나이키의 클럽 하나가 꽂혀 있다. 2016년 생산된 베이퍼 플라이 프로 3번 아이언이다. 현재 핑과 용품 계약을 맺고 있는 피나우는 3번 아이언만큼은 나이키의 베이퍼 프로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퍼터를 포함한 모든 클럽의 그립 색깔이 녹색(그린)인 것도 독특하다.
프로 골퍼들은 웨지를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한다. 올해 디 오픈 우승자 콜린 모리카와(미국)의 웨지에는 시리얼 브랜드 스탬프가 잔뜩 찍혀 있다. 맥스 호마(미국)는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구단 LA 다저스의 로고를 새겼고,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드라이브는 쇼, 퍼트는 자동차”라는 문구를 넣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해골과 사자, 그리고 자신의 나이인 숫자 ‘22’를 빽빽하게 찍어놨다. 왜 하필이면 해골일까. 코르다는 “사람들이 볼 때마다 ‘음, 이게 뭐야?’라고 묻는데, 그냥 해골을 좋아한다”고 답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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