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 방송이 지난 8월 ‘동해’로 시작하는 교토 국제고 교가를 그대로 내보낸 것은 동해 지명을 양국 간 외교 관계가 아닌 문화유산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지난 14~16일 강릉에서 사단법인 동해연구회가 개최한 ‘제27회 동해지명’ 국제세미나에서 윤지환(사진) 한국외국어대 인문한국(HK) 연구교수는 “일본사회에서 지명은 정치성을 크게 띠지 않는 만큼 ‘동해’표기를 문화유산 성격으로 일본 사회에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는 지난 8월 일본 전국의 3,603개 학교가 참가해 열린 ‘제103회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준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가사로 시작하는 이 학교 교가는 준결승까지 7차례나 효고현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울려 퍼졌다. 특히 준결승을 생방송한 NHK는 이 교가를 부르는 선수들의 모습과 함께 한국어 교가를 그대로 자막에 실었고 그 옆에 일본어 번역본을 함께 내보냈다. 번역본에서도 ‘일본해(日本海)’가 아닌 ‘동해(東の海)’로 표기했다.
윤 교수는 “NHK에서 들려준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일부 정치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며 “일본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시작하는 한글 교가는 단번에 일본 언론의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NHK 방송은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의외로 NHK와 일본 대중의 반응은 담담했다고 윤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만일 이 고교의 교가에 동해가 아닌 ‘독도’나 ‘위안부’등의 가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고 반문하며 “영유권이나 과거사 논쟁은 양국 외교와 정치권의 갈등 상황으로 비화하지만, 지명 문제는 정치적 민감함을 동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사회와 NHK는 학교 전통과 문화유산으로서의 동해 지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동해 지명이 재일동포 공동체가 일본 사회에서 지켜왔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무형문화유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동해를 둘러싼 국제수로기구(IHO)의 표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동해라는 지명의 문화유산 성격을 강조한다면 이러한 논란에서 공신력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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