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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슬로플레이션 방치 땐 스태그플레이션 넘는 쇼크 맞는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심화로 글로벌 경제가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빠졌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슬로플레이션은 더딘(slow) 성장과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반되는 것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보다는 덜 심각해도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이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BNP파리바 등은 “2010~2011년 원자재 값 급등으로 슬로플레이션이 발생했던 때와 현 상황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1970년대 ‘오일 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만큼은 아니어도 물가·임금 상승이 맞물리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징후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은 3분기 4.9%의 ‘성장률 쇼크’를 기록했고 미국 등의 성장 전망치도 줄줄이 낮춰지고 있다. 유가는 연말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공급망 붕괴 사태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더 걱정이다. 가계 부채, 부동산 문제가 함께 걸려 있어 경기 침체에 극도로 취약하다. 가계 대출 이자는 5%를 넘나들고 회사채 시장에서는 미매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계·기업의 부실이 커지면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급락하며 경착륙에 버금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가 경제에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 마땅한 처방전조차 찾기 힘든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막연한 낙관론에서 벗어나 경제 전반의 위기에 대응하는 ‘토털 플랜’을 짜야 한다. 세계경제의 흐름에 맞춰 금융 시스템 등 시나리오별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출이 흔들릴 때를 대비해 내수 확충 방안을 만들고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산업 패권 전쟁에 휘말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주도권을 내주는 최악의 그림을 상정해 신산업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등한시하고 재정으로 만든 ‘분식 성장률’에 취한다면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능가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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