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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조선의 내시들, 왕보다 20년 더 장수했다

■사사건건 경복궁

양승렬 지음, 시대의창 펴냄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내시부 제도를 이어받았다. 수습 내시로 선발된 어린아이들은 주로 궁궐 청소나 잔심부름을 하면서 예절을 배우고, 유교 경전을 공부했다. 정식 환관이 되면 매달 시험을 보고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들은 양반들처럼 품계를 지니고 녹봉을 받는 궁녀와 달리 대부분 관직 없이 일종의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했다.

겉으로 보면 모든 내시들이 억울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았다. 흔히 환관들은 궁궐 안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 중 일부는 궁궐에서, 나머지는 궁궐과 가까운 곳에서 집단으로 거주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 효자동과 봉익동이 환관이 살던 마을로 전해진다. 출세하거나 재산이 많아진 환관들은 양자로 자식을 들여 족보를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환관들은 장수를 했다. 환관의 족보 격인 '양세계보'는 내시의 평균 수명을 70세로 기록하고 있다. 역대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 양반의 평균 수명 추정치가 50세 초·중반에 그쳤으니 무려 20여 년을 더 산 셈이다. 심지어 100세를 넘긴 환관도 3명이나 있었다.



책 '사사건건 경복궁'은 경복궁을 무대로 살아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조선 여행 안내서다. 지난 16년 동안 경복궁 해설사 궁궐길라잡이로 활동해온 저자가 그동안 관람객들에게 전해온 경복궁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경복궁을 탄생시킨 왕과 왕족, 양반 뿐만 아니라 내시, 궁녀, 기생 등 다양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초의 국비 유학생 유길준, 아관파천을 주도한 이범진 등에 얽힌 역사적 사건도 함께 다룬다.

근정전, 교태전, 경회루 등 경복궁의 중요한 건축물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각 건물에 얽힌 내력과 숨은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경복궁이 조선의 상징이자 권력의 정점이 될 수 있던 까닭은 근정전을 포함한 여러 건물에 관련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경복궁이 중건되지 못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반쪽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저자는 "경복궁은 전소되기도 하고 대부분이 뜯겨나가는 참혹함도 겪었지만 오늘날까지 용케 살아남아 조선 역사를 오롯이 담아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 역사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고 전한다.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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