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국정감사를 마치고 대선 체제로의 전환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주춤하고 있다. 선결 과제인 ‘이낙연 끌어안기’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경선 기간 이른바 ‘명낙대전’을 치르며 깊어진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본선 진출을 위한 ‘원팀’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이재명 캠프에 따르면 당초 22일이 유력했던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일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사퇴 시점도 유동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 전 대표와 주말 회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중인 22일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를 유력하게 거론했었다. ‘21일 지사 업무 마무리→이 전 대표와 회동→지사직 사퇴→문재인 대통령 면담’ 수순에 따른 일정이었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가기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이 후보가 국감 기간 중 이 전 대표 등에게 전화를 한 것도 구체적인 회동 일정 등을 조율할 목적이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후보는 국회 국토위원회 경기도 국감이 진행된 전날 점심시간께 이 전 대표와 통화했지만 “양측 캠프에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협의를 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대화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일정까지는 잡지 못하면서 첫 실타래를 푸는 것이 더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에다 경선 과정에서의 마찰로 인해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고 반등의 기미도 강하지 않다”면서 “이 후보로서는 지금 이 전 대표의 합류가 무엇보다도 절실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후보 측은 두 사람의 회동이 최대한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시간이 많이 없다. 다음 주까지 가면 너무 늦어진다”며 “이번 주까지는 무조건 (회동)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께도 면목이 선다”고 말했다. 이 후보로서는 이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논의한 후 문 대통령과 접견하는 게 최선의 그림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은 됐지만 선대위 구성도 늦어지고 있다. 2017년 대선 때는 경선 종료 나흘 만에 선대위가 꾸려졌고 2012년 대선 때는 경선이 끝나고 이틀 만에 대선기획단이 출범했다. 이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경선 후보들은 모두 선대위 합류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은 선대위에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 전 대표의 마음속 앙금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까지 서울 종로구 자택이 아닌 경기도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ong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