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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별세] 수서 특별분양 비리…150억 비자금 받고 특혜 분양해줘

정치인·공무원도 연루·9명 구속

정태수, 盧 비자금 600억 실명 전환

수사 당시엔 '윗선' 규명 못하다가

4년뒤 YS때 뇌물수수 사실 밝혀내

정태수(오른쪽) 한보그룹 회장과 장병조 전 청와대 비서관이 1991년 5월 20일 수서지구 특혜 사건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서 비리 사건’은 고(故) 노태우 정권 시절 최대의 권력형 비리로 꼽힌다. 1990년 수서지구 택지 개발 과정에서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이 정·관계 로비를 벌여 택지 일부를 특별분양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해 정 회장과 장병조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등 9명을 구속했으나 특별분양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윗선은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4년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서 노 대통령이 수서 개발 등과 관련해 150억 원의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수서 사건은 1991년 2월 3일 한 일간지가 ‘수서 택지 분양 혜택, 정·경·관 유착 의혹’ 기사를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한보그룹이 수서지구 땅을 위장 매입한 뒤 정치인과 서울시 및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매수해 아파트 시공권을 따냈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와 당시 야당인 평화민주당이 수서지구 분양 관련 건으로 서울시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한보그룹 소유였던 수서지구 내 택지 3만 5,000평을 26개 주택조합에 특별분양키로 결정했다.

사건의 중심인 정 회장은 창업 20년 만에 재계 14위까지 뛰어올랐던 인물이다. 정 회장은 국세청에서 23년간 일한 세무공무원 출신이다. 1974년 광산을 인수해 사업에 나섰고 1978년 대치동 은마아파트 건설로 2,000억 원을 거머쥐었다. 그는 1988년 4월부터 자연녹지였던 수서 일대의 땅을 사들였다. 수서지구가 공영개발지구로 고시되자 땅을 연합주택조합에 넘겼고 결국 특별분양을 받게 됐다.

◇수서 비리로 정태수 등 9명 구속…청와대 등 윗선은 못 밝혀=노 전 대통령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로부터 4일 뒤인 1991년 2월 7일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서울특별시장, 건설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공무원, 국회의원, 한보그룹 관계자 등을 소환했다.



검찰은 이후 2주일여가 지난 1991년 2월 18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 건설부와 서울시가 특별분양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가 1991년 1월 특별분양으로 방향을 바꾸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장 비서관은 이 과정에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장 비서관에게 2억 6,000만 원, 국회 건설위원회 의원들에게 3,000만~4억 6,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장 회장과 장 비서관, 이태섭·오용운·김동주 등 여당(민자당) 의원 3명, 이원배·김태식 등 야당(평민당) 의원 2명, 이규황 건설부 국토계획국장 등 9명이 구속됐다.

다만 검찰은 장 비서관 윗선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한보그룹 측이 3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50억 원은 대통령에게, 나머지 150억 원은 정·관계에 뿌렸다는 설이 무성했지만 수사는 진전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전면적인 당정 개편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 회장은 이후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정태수 한보그릅 회장이 1995년 11월 4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를 실명 전환해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연합뉴스


◇4년 뒤 150억 뇌물 드러나…비자금 600억 실명 전환도=수서 사건의 ‘몸통’은 4년 뒤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뒤인 1995년 검찰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수사하면서다. 1990년 11월 말 정 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수서 택지 개발 지구 중 일부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특별분양해 달라며 100억 원을 건넨 것이 드러났다. 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등을 결정할 때 한보그룹에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 정 회장은 수년간 총 150억 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정 회장이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6억 원을 보관하다가 실명으로 전환해준 사실도 밝혀졌다.

정 전 회장은 1995년 수서 사건 집행유예의 사면을 받은 지 석 달 만에 다시 구속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다만 100억 원에 대한 뇌물공여죄는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 처리됐다.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회장 외에 또 다른 기업인들로부터 비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2,6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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