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청 공무원 A씨의 어머니는 26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시청을 다닌다고 좋아하던 제 아이가 시청을 다녀서 죽게 됐다"며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올해 1월 9급 공채 공무원으로 대전시청에 들어온 A씨는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과 변호인 측은 A씨에 대한 무시,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대우, 집단 따돌림(왕따) 등이 A씨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생전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업무와 무관한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함을 느낀 A씨는 이를 거절했고, 이후 팀원들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어머니는 이날 "아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왕따 발언을 하는 동료들과 12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다"며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동료들에게 자존감을 많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제 아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대화에 끼워 주지 않았고, 팀 내에서 점점 고립시키고 괴롭혔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징계 절차 진행,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했다.
대전시감사위원회 측은 "다른 사안보다 우선해 A씨에게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11월까지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는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만큼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 매진한 뒤 조사 후 관련 대책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사건은 지난달 30일 '대전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친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선택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오면서 공론화 됐다. 자신을 고인의 지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누구보다 밝고 저에게도 많은 힘을 줬던 친구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현실이 아직도 꿈만 같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안 좋은 생각도 든다'는 말을 했던 친구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고 토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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