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우 윤정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참아왔지만….”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치매에 걸린 아내 윤정희(본명 손미자)를 방치했다는 윤씨 가족의 주장과 이를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낸 MBC ‘PD수첩’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백씨는 28일 서초동 흰물결 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분이 가슴 속에 담고 있는 배우 윤정희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엄마를 정성으로 돌보는 딸에 대한 억지와 거짓 인신공격을 더는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씨와 딸 진희씨는 지난 2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MBC PD 수첩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1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앞서 9월 7일 방영된 PD수첩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에서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프랑스 파리에서 투병 중인 윤씨에 대한 이야기가 공중파를 탔다. 방송에는 그의 다섯 동생 중 한 명인 여동생 손미애씨가 서울에서 그를 돌보고 있었지만, 백씨 부녀가 갑자기 그를 프랑스 파리로 데리고 가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는 형제·자매의 주장이 담겼다. 백씨는 “윤정희는 현재 매우 평화롭게 살고 있고, 그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형제자매 뿐”이라며 “왜 이들이 거짓 주장을 하는지 그 의도를 잠시라도 생각하면 사건의 윤곽이 명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말이 오랫동안 반복됐고, 파파라치들이 아파트에 진을 치고 있어 딸이 자유롭게 생활도 못 하고 있다”며 “엄마를 간호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아빠로서 더는 허락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백씨 측은 ‘사라진 것은 배우가 아닌 거액의 돈’이라는 입장이다. 백씨는 1980년부터 자신의 한국 연주료를 관리해 온 손미애씨가 잔고를 허위로 알렸으며, 총 21억 4,359만 1,154원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백씨가 계좌 비밀번호를 바꾸자 손씨가 연락을 피했으며, 백씨의 부탁을 받은 소속사 직원들이 윤정희와의 전화 통화나 만남을 요청해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백씨와 진희씨, 소속사 관계자가 2019년 4월 29일 윤씨가 머무르던 서울 아파트에 찾아가 그를 데리고 나왔으며 5월 1일 임시 여권을 발급받아 파리로 출국했다는 것이 백씨의 설명이다. 백씨는 손미애씨룰 경찰에 횡령죄로 고소한 상태다.
백씨 측 정성복 변호사는 PD수첩 방송에 대해 △백건우, 백진희가 윤정희를 강제적으로 파리로 데려 갔고 △이들이 윤정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고 있으며 △백진희가 후견인의 권한을 남용해 윤정희와 동생들의 전화와 만남을 막고 있다는 게 골자인데, 이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정희가 현재 잘 지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개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프랑스 1심 법원이 진희씨와 후견협회 A.S.T.를 공동후견인으로 정했는데, 후견협회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윤씨의 거취를 두고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환경 변화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금 생활이 이상적”이라며 현재로선 귀국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윤씨 가족들과의 화해 여지에 대해서는 “화해하려면 거짓이 없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겠느냐”며 “이젠 스톱(그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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