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을 전격 소환했다. 지난달 26일 손 전 담당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일주일 만이다. 공수처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을 잇따라 소환하면서 수사가 정점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손 전 담당관 측이 고발장 작성 지시와 전달 등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는 이날 손 전 담당관을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담당관은 공개 소환에 응하지 않고 공수처 관용차를 타고 청사 내 차폐시설을 거쳐 조사실에 도착했다. 공수처가 손 전 담당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고발장을 작성하고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다. 또 윗선 지시에 따라 고발장을 작성했는지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담당관은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수사정보담당관) 재직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 간부와 성명 불상의 직원에게 작성하도록 하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수처는 메신저 내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를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반면 손 전 담당관 측은 손준성 보냄이 표시된 고발장 메시지를 보낸 기억이 없을 뿐더러 설령 전달된 사실이 있더라도 자신이 최초 전달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받은 자료를 반송했다는 표시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손 전 담당관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달받은 의혹을 받는 김 의원도 불러 조사한다. 공수처는 김 의원을 상대로 고발장이 전달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인물을 중심으로 고발 사주를 둘러싼 꼬인 실타래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공수처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소환이 쉽지 않은 김 의원과는 달리 손 전 담당관에 대해서는 추가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앞서 구속영장에도 고발장 작성자를 성명 불상으로 하는 등 공수처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손 전 담당관에 대해 재차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입증하려면 고발장 작성자, 전달 대상자 등을 특정할 물증 확보가 절실하지만 그렇지 못해 윗선 규명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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