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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추진 27년 만에 나카사키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세워져

나가사키 평화공원서 제막식·위령제 열려

궂은 날씨에도 한일 관계자 100여명 참석

강창일, 위령비 건립 지연에 "일본에 부끄러운 것"

6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長崎)시 평화공원에서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와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 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일본=연합뉴스




6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長崎)시 평화공원에서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와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 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제막 이후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일본=연합뉴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가 건립을 추진한 지 27년 만에 세워졌다.

6일 오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선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와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 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나가사키에는 비가 내렸다. 한국 정부 및 민단 관계자, 나가사키시 의회 의원(7명), 일본 고등학생 평화사절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약 7만 4,000명이 사망했다. 이 중 수천명~1만 명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제에 의해 공업 지역인 나가사키로 강제 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 등 우리 동포가 미군의 원폭 투하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다른 원폭 투하 지역인 히로시마시에는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현지 평화기념공원에 건립돼 매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날인 8월 5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렸지만, 나가사키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없어 추모 행사를 열지 못했다.

민단 나가사키 본부는 1994년 5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위해 나가사키시에 장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1994∼1997년 평화공원 재정비 공사 때문에 장소 제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던 위령비 건립은 2011년 3월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나가사키시에 건립 진정서를 내고, 이듬해 11월 주후쿠오카(福岡)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평화공원 내 위령비 건립 장소 제공을 요청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3년 7월에는 민단 나가사키 본부를 중심으로 건립위원회가 결성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나가사키시 측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배경인 강제 징용 관련 비문 내용과 위령비 크기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위령비 건립위를 중심으로 시 당국 및 의회와 끈질기게 교섭해 지난 3월 부지 제공 승인이 났다. 지난달에는 비문 문구 등에 대한 세부 협의도 마쳤다. 비문 내용과 관련해선 시 당국이 반대한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 대신 ‘본인의 의사에 반해’라는 표현을 넣는 것으로 절충했다. 위령비 안내문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노동자, 군인 및 군무원으로 징용, 동원되는 사례가 증가했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배경이 설명돼 있다.

위령비 크기 문제는 건립위는 당초 높이 3.5m로 만들려고 했지만, 나가사키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3m로 낮췄다.

나가사키시 평화공원 한쪽 구석에는 1979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과 일본 시민단체 주도로 건립된 작은 크기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재일민단 주도로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령비 제막식에 이어 나가사키 평화공원 내 원폭 자료관에선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가 열렸다. 강창일 주일대사는 추도사를 통해 “원폭 투하로까지 치달은 태평양전쟁에는 여러 국가 간의 복잡한 역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혹자는 한국인을 위한 위령비가 자칫 한일 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그러나 나가사키 평화공원 내에 중국인 등 다른 나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한국인 위령비가 없었던 것에 대해 일본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 대사는 위령제가 끝나고 발언의 취지를 묻자 “(한국인 위령비 건립이 늦어진 것은) 일본에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여건이 민단 단장은 추념사에서 “전쟁의 비극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만드는 것을 오늘 위령제에서 여러분과 함께 마음에 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인 평화활동지원센터의 히라노 노부토 소장도 인사말을 통해 “나가사키 피폭자의 10%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며 “많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활동지원센터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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