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윤성(56)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9일 오후 △강도살인 △살인 △사기 △공무집행방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윤성의 국민참여재판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앞서 강윤성은 지난달 14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지난 2일 입장을 바꿔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날 강윤성은 “10월 20일까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정신이 몽롱했다”며 “이후 약을 끊고 (검찰의) 공소 내용을 보니까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강윤성은 검정 뿔테 안경을 끼고 검찰의 공소장을 읽으며 자신이 지난 8월 26일 40대 여성 A씨를 살해했을 때의 과정을 검찰이 공소장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윤성은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했다고 피해 여성을 바로 밀치고 넘어뜨린 게 아니다”라며 “그렇게 되기 전까지 피해자가 나한테 엄청난 비난을 쏟았다. 피해자의 명예를 실추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침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윤성은 “(피해자와 다툼을 하다가) 피해자 손이 내 낭심으로 와서 급한 마음에 칼을 든 거지 청테이프와 장갑을 준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강윤성은 8월 29일 50대 여성 B씨를 차량에서 살해했을 때 B씨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검찰의 공소장에는 다르게 기재돼 있으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 강윤성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 “수형생활을 하는데 어딜 지나가도 ‘살인자’ ‘나쁜 놈’이라는 말을 듣는다”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기 때문에 정면 돌파해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강윤성은 “경찰에서 처음부터 자수하고 진실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목 졸라 죽였다는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며 “흉악범도 아닌데 매도를 당했다”고 흐느끼기도 했다.
재판부는 내달 2일 오전 10시에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강윤성의 국민참여재판 적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지 여부도 이날 결정된다. 국민참여재판은 일종의 ‘배심원 재판’ 제도로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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