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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까지 공사 금지"…천덕꾸러기된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수능 앞두고 원격수업 전환 학교 많아지면서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향한 불만 높아져

5년간 관련 검색량 지난해 수능 1주 전 '최다'

아파트에 '욕설 벽보문' 붙어 논란 되기도

전문가 "수능 같은 중대사는 일정 조정해야"

/이미지투데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최근 이웃집에서 진행되는 인테리어 공사 일정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고3 딸이 오는 18일에 수능을 보는데 16~18일에 철거 작업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의 딸은 학교 수업이 최근 원격으로 전환되면서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A씨는 “딸이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된다며 독서실도 가지 않는 중”이라며 “아파트 관리소에 얘기해 철거 작업은 수능이 끝나고 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지켜질지 걱정”고 말했다.

2022학년도 수능을 8일 앞두고 가정 학습을 하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수능 직전 진행되는 각종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가 이웃 간 갈등을 야기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수험생과 그 가족이 공사 소음을 문제 삼는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수험생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수능의 중대성과 향후 이웃 관계를 고려할 때 공사 진행 가구와 수능 응시 가구가 서로 구체적인 공사 일정을 협의?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울경제가 10일 각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본 결과 ‘자녀가 수능을 보는데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돼 곤란하다’는 내용의 글들이 최근 다수 게재됐다. 경기 분당지역의 한 교육 정보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이와 부모 모두 극도로 예민해진 시기인데 아파트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집이 있다”며 “항의를 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믿을 건 귀마개와 헤드셋뿐”이라고 했다. 잠실의 한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 이용자도 “같은 동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수능 다음날 끝이 난다. 큰 소음이 나는 작업은 수능 이후로 미뤄달라고 얘기해서 겨우 바꿨다”는 글을 올렸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로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수능 아파트 공사’라는 검색어가 얼마나 검색됐는지 알아본 결과(하위 검색어로 수능 공사, 수능 소음, 수능 인테리어 공사, 수능 인테리어를 포함). 수능 1~3주 전에 해당 검색어의 검색량이 늘어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넷째 주의 검색량이 앞선 네 개 년도보다 최소 1.8배(2019년)에서 최대 3.7배(2017년) 높았다./네이버 캡처




소음을 유발하는 공사가 수능을 앞두고 문제시되는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검색량 분석 서비스인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이용해 ‘수능 아파트 공사’의 최근 5년간 검색 추이를 분석해보니 이 검색어의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수능을 일주일 앞뒀던 지난해 11월 넷째 주(23~29일)였다. 이 때 검색량은 2016~2019년의 수능 직전 검색량보다 최소 1.8배에서 최대 3.7배에 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원장은 “공사가 예전부터 진행돼 수험생이 소음에 익숙해진 환경이라면 모르겠지만 막바지에 갑자기 자극적인 소리가 들리면 큰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엔 수능 직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많다 보니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공사에 대한 불만도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들에는 수능 전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한다는 공지사항이 붙어 화제가 됐다. 지난해엔 한 고3 학생이 ‘수능을 8일 남겨두고 2주째 드릴 소리가 난다’며 심한 욕설이 담긴 벽보를 아파트에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한 고3 학생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붙인 벽보. "밖에도 못가는 거 뻔히 알면서 니 인테리어 사리사욕 챙기려고 남의 인생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니 부모 수가 홀수 아닌 걸 증명하듯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사를 진행하는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철거업체 대표 백 모(55)씨는 “수능 날짜를 염두에 두고 공사 날짜를 잡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입주자가) 독서실이나 카페 이용 금액을 대주는 식으로 해결하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업체 대표 B씨도 “우리도 작업자들과 미리 일정을 짜서 공사를 하는 것이라 갑작스럽게 일정을 미뤄달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수능 직전에 진행되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의 경우 이웃에 고3 수험생이 거주한다면 공사 일정과 내용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수능 같은 문제는 가능하면 그 시기를 피해서 공사와 이사 날짜를 잡는 것이 좋다”며 “만약 소음이 크게 났는데 그 수험생이 수능을 못 봤다면 이웃 관계가 원수지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 소장은 “피치 못하게 공사를 해야 할 때는 업체 관계자를 보내는 게 아니라 입주자 본인이 직접 이웃과 논의를 해야 한다”며 “어떤 시간대를 피해야 할지, 독서실 이용권을 비롯해 어떤 것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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