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후임자를 찾는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구도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후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전국적인 폭우 피해로 최대 승부처인 호남과 수도권 순회 경선을 미루고 ‘원샷’ 선거를 치르기로 한 민주당, 전대가 ‘깜깜이 모드’로 접어들면서 막판 당심(黨心) 향방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해주는 ‘썸트렌드’를 통해 지난 한 주간 민주당 당권주자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선언한 23일 이후 박 의원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박 의원이 강 후보자에게 사퇴 결단을 촉구한 지 17분 만에 전격적인 자진 사퇴가 이뤄지면서다.
실제 강 후보자 사퇴 이후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경위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강성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반응이 우세했지만,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에선 “동료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의원의 강 후보자 사퇴 촉구의 배경에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결국은 투표 반영 비율이 가장 높은 권리당원들이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후보 간 유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은 55%다.
두 후보는 강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둘러싸고도 입장이 엇갈려왔다. 정 의원은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게 동지적 의리”라고 엄호했지만, 박 의원은 “국민 정서에서 고민되는 부분은 갑을관계”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었다.
이에 여론의 반응도 분분했다. 강 후보자 사퇴 이후 두 당권주자에 대한 긍·부정 여론의 흐름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일반국민 여론조사도 30%의 반영 비율을 차지한다. 일반 국민 여론에서는 강 후보자 사퇴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만큼, 이러한 두 주자의 행보가 충분히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진행된 충청·영남 경선 누적 득표율은 정 의원 62.65%, 박 의원 37.35%였다. 초반 승기는 정 의원이 확실히 잡은 상황, 막판 지지층이 어느 주자에게 결집되느냐가 ‘포스트 이재명’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두 후보는 모두 ‘내란 종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선명성을 앞세우며 막판 표심 몰이에 나서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관저 앞에서 막은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결의안을 내놨다. 정 의원도 중범죄 비위 검사에 최대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는 검찰청법·검찰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두 후보는 27일 오후 2차 방송 토론회를 가진 뒤, 29일 3차 토론을 이어간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내달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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