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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 676억 기부한 이수영 회장, 통장 잔액은?

TV 예능프로그램서 "마이너스 5억 통장 있다" 밝혀

"가진 만큼만 투자하라" 빚투 열풍에 우려 목소리도

이수영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지난해 7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676억원을 기부한 이수영(84) 광원산업 회장이 한 방송에서 통장 잔고를 공개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에 출연해 자신의 투자 철학과 비법에 대해 밝혔다. 그는 “사업은 약간의 비밀이 필요하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 것을 상대방이 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여겨 본 땅이 있다면 주소부터 물어보라. 소유주와 주소만 알면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가진 만큼만 투자하라며 최근 저금리에 불고 있는 ‘빚투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빚내서 어떻게 투자하느냐. 빚을 내면 뒷다리가 들려서 거꾸러진다”며 “낭비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통장 잔액이 얼마인지 묻자 “마이너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마이너스 5억원까지 쓸 수 있는 통장이 있어서 돈이 필요하면 거기서 빼서 쓰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두 번의 암투병을 이겨내고 텃밭 가꾸기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며 최근 구매한 충남 당진에 위치한 6,300평 규모의 땅을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먹거리 좋고, 기후 좋고, 수도권이랑 가까워 땅을 샀다. 여기 경전철이 들어온다”며 “평당 16만원에 싸게 샀다”고 밝혔다.

이수영(왼쪽 세번째)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이 서울경제 기자 시절이던 1980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병철(〃 두번째)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네번째) 현대그룹 회장 사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발전재단


한편 지난해 KAIST에 676억원의 부동산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를 모은 이 회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않던 1960년대 초반 기자생활을 시작해 펜 하나로 재벌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서울경제신문 기자로 활약했다. 그는 기자를 하면서도 목장 일에 뛰어들어 목축업으로 성공했고, 사업가로서의 기지를 발휘하며 모래 판매업에도 뛰어 들었다. 이후 1988년 부동산 전문기업인 광원산업을 창업해 성공을 이뤘다.

그의 거액 기부는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다. 독신이던 그는 2000년 미국 건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매매계약서에 피상속인을 쓰지 않으면 사후 국고로 귀속된다는 것을 알고 고민했고, 우연히 서남표 당시 KAIST 총장이 TV에서 “국가발전에 과학기술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고 기부를 결심한다. 이후 2012년 KAIST에 80억원 유증(遺贈·유언을 통한 재산기부)계약을 시작으로 이듬해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오늘날 ‘이수영 과학교육재단’ 설립추진을 통한 본격적인 과학인재 양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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