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과 인력은 업무량에 상관없이 늘어난다는 ‘파킨슨 법칙’은 금융위원회에도 얼추 들어맞는다.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출범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쳐 탄생했다. 설립 취지는 정책과 감독의 일원화였다. 당시 재경부는 기획예산처와 결합해 현재의 기획재정부로 탈바꿈했다.
금융위 사무 조직은 처음에는 단출했다. ‘금융위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2008년 출범 당시 사무처장(1급) 아래에 실무 국장급 직제(대변인·기획조정관 제외)는 금융정책국과 금융서비스국·자본시장정책관 등 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출범 1년 만에 금융서비스국 산하 자본시장정책관을 자본시장국으로 승격시키더니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XX정책관·OO단 같은 국장급 직제를 만들어 몸집을 불려왔다. 현 정부 들어서도 금융소비자보호국과 청년정책과·금융뉴딜과 같은 정권 맞춤형 조직이 잇따라 신설됐다. 현재 금융실무형 국장급 자리가 6개에 이르고 이와 별개로 금융그룹감독혁신단 등 3개의 국장급 한시 조직도 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과거 과장이 맡았던 업무를 국장 또는 정책관이 담당한다는 뒷말도 나온다.
조직 신설은 정원 증가로 이어진다. 행정안전부의 중앙행정기관별 정원 현황에 따르면 151명으로 출발했던 금융위 머릿수는 현재 320명쯤 된다. 12년 동안 두 배 늘어났다. 공룡 부처인 기재부의 정원이 같은 기간 30%가량 증가한 데 비하면 가히 신공(神功)의 경지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출범한 금감위 시절에 사무 조직 정원은 33명에 불과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권의 ‘금융 정책 코드’를 귀신처럼 잘 읽어냈고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한 뒤 시차를 두고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는 데 탁월했다는 분석이 많다. 세종시 공직 사회가 다들 금융위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비단 소재지가 서울이어서만은 아닌 것이다. 지금도 금융위는 금융 공기업 등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십 명씩 파견을 받아 잡무를 시키는 ‘갑질’ 관행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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