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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일론 머스크의 헛소리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정부 지원금·稅혜택 다 누려 놓고

이제와서 보조금·SOC 지출 반대

눈앞 이익만 보는 단편적 발상 안돼

미래 위한 투자 앞으로도 지속돼야





미국인들은 민간 부문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수십억 달러의 부를 일군 억만장자라면 당연히 세상을 꿰뚫어 보는 남다른 통찰력을 지녔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론 머스크처럼 천문학적 재산을 지닌 명석한 대부호가 입을 열 때마다 일반인들이 귀를 쫑긋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쉽게도 이번 주 머스크의 입에서 나온 일련의 발언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에 급급한 허접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의회가 조 바이든의 대규모 지출안을 승인하는 것은 솔직히 미친 짓”이라며 ‘더 나은 재건 계획’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 적자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의 지출안에 포함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확충 조항을 거론하며 “그것이 충전 시설이건 테슬라 전기차건 나는 정부의 지원을 단 한 푼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정부 보조금을 모두 없애라”고 주문했다.

그의 발언 중 일부는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여우의 신 포도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이미 오래전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기준을 넘어섰다. 연방 정부는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세제 혜택은 제조사의 연간 차량 판매 대수가 20만 대에 도달할 때까지만 유효하다. 테슬라의 판매 실적은 지난 2018년에 이미 20만 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보태 바이든 지출안은 제조사가 노조 인력을 사용할 경우 전기 자동차 한 대당 4,500달러의 추가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테슬라는 노조 인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 충전소만 해도 그렇다. 사실 테슬라는 이미 수천 곳에 자체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테슬라가 지닌 최대 강점이다. 따라서 최근 의회를 통과한 기반 시설 법안에 담긴 연방 정부의 전기차 충전 시설 보조금 지급 조항은 경쟁 업체들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기에 테슬라에는 오히려 불리하다.

정부 지원에 반대하는 첨단 테크놀로지 업계의 억만장자가 일론 머스크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테슬라·스페이스X와 솔라시티 등 머스크의 3대 핵심 사업은 연방 정부의 보조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했다. 지구촌 전체로 확산된 2010년의 경기 침체 당시 자금난에 몰린 테슬라는 연방 에너지부로부터 4억 6,500만 달러의 긴급 융자를 받았다. 지금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았던 테슬라는 정부의 긴급 융자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연방 정부 외에 네바다주는 테슬라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12억 5,000만 달러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솔라시티 역시 태양전지판 생산 및 설치와 관련해 각종 보조금과 세금 공제 혜택을 누렸다. 그뿐 아니다. 스페이스X의 최대 고객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국방부 등 연방 기관들이다. 게다가 스페이스X는 인공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로 오지의 인터넷 사각 지역을 제거한다는 혁신적 시도로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수억 달러의 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통해 벌어들일 잠정 수입이 로켓 사업의 수입보다 열 배가량 많은 것으로 추산한다.

머스크는 정부 보조금 전면 철폐 주장과 관련해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보조금도 함께 없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이들에 대한 보조금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맞지만 실제 액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

예산 적자에 대한 머스크의 논평 또한 실망스럽다. 그의 발언은 증거의 뒷받침을 전혀 받지 못한 공화당의 선택적 예산 적자 타령을 앵무새처럼 되뇐 것에 불과하다. 지난 30년에 걸쳐 미국과 일본 정부는 방대한 재정 적자를 냈지만 금리는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물가가 치솟고 있는 현 상황에서조차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반 시설 지출은 필수적이다. 연방 정부의 차입 경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기에 이에 대한 심각한 반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머스크는 미국이 더 나은 공항과 도로·도시의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한 시설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를 막으려 든다.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방 정부 투자는 1950년대의 컴퓨터 칩 투자와 대단히 유사하다. 컴퓨터 칩 투자는 신기술에 더 많은 지출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춘다는 전략이었다. 스타트업 전성시대의 연방 정부 투자는 페이팔을 비롯한 신생 테크놀로지 업체들의 젖줄이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페이팔은 머스크가 수십억대의 부를 축적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제공한 도약의 디딤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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