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36%)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17%)보다 더 높게 지지하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지지는 강한 부동산 규제 정책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후보가 최근 부동산 세제 완화 등을 골자로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 속도를 붙이자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제 완화를 통해 중도 확장에 나서려다 보니 정작 집토끼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5일 서울경제가 한국선거학회와 공동으로 20대 대선 후보별 공약과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1가구 2주택자 이상에서는 윤 후보(36%)가 이 후보(25%)를 앞섰고 1가구 1주택자에서도 윤 후보(29%)는 이 후보(28%)보다 소폭이나마 우위였다. 무주택자에서만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설 수 있었던 셈이다.
또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조차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 종합부동산세 등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응답한 1,003명(55.72%) 가운데 382명(38.1%)이 종부세 완화에 찬성했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12월 2주차 현 정부 국정 운영의 부정 평가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36%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대선이 부동산 정책 심판 선거라는 점을 확연히 드러내는 결과지만 주택 소유에 따른 후보 지지는 달랐다. 특히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변동을 묻는 질문에서 ‘손해를 봤다’고 응답한 사람이 무주택자는 37%로 2주택자 이상(9%), 1주택자(1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무주택자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른 집값 상승에 손해를 봤다고 인식하면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반대로 주택 소유자는 오히려 ‘이득을 봤다’는 응답은 2주택자 이상 32%, 1주택자 21%로 무주택자 2%를 압도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자산 증식을 경험한 주택 소유자가 현 정부 정책과 이 후보 지지 성향이 높아야 했지만 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후보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규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국토보유세 등 더 강한 정책을 예고해왔고 윤 후보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윤 후보를 지지하고 이미 주택 구입 확률이 낮아진 무주택자는 더 강경한 이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대선 공동기획단에 참여한 신정섭 숭실대 교수는 “주택 소유자들은 자산 증식이 이뤄졌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조세 강화 일변도의 정책 드라이브가 반감을 키워 여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졌다”고 말했다.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겠다며 이 후보가 최근 부동산 세금 완화책을 꺼냈지만 다주택자들을 비롯해 중도층이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당 일각에서 집토끼 이탈 등을 우려해 신중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결국 승패의 키는 부동층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 결과 다주택자와 1주택자, 무주택자의 부동층은 각각 31%, 35%, 38%로 높은 비중을 형성하고 있다.
신 교수는 “앞으로 대선 80여 일 동안 부동층을 끌어 당길 만한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경우 대선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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