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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제 앞가림도 못하는 공수처

이진석 사회부 기자

이진석 사회부 기자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부모의 불안감은 커진다. 움직임과 행동 반경이 넓어지는 만큼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비슷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주기보다 바람 잘 날 없는 행보가 반복되고 있다. “비대화된 검찰의 권력을 견제한다”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정적들을 향해 주어진 검(劍)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모양새다.

최근 불거진 ‘언론 사찰’ 의혹은 공수처를 향한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확인한 결과 공수처는 올해 다수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했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쓴 직후 해당 기자들에 대한 통신 자료를 들여다본 정황도 있어 ‘의도의 순수성’도 도마에 올랐다.



더욱 애석한 것은 공수처가 일말의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수처는 논란이 확산되자 “어불성설”이라며 “이러한 절차는 다른 수사기관의 경우도 동일하게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공소장 유출’이라는 수사 관행이 이번 사건의 발단인데 스스로 수사 관행 속에 숨는 악수를 뒀다.

법조계는 공수처의 태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정 기자의 통신 자료를 수차례 중복 조회하는 등 수사의 대상도 정하지 못한 채 의욕만 앞서 오해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표적 수사 시비가 붙는 사건에 대해서는 매끄럽게 처리했어야 함에도 미숙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 잡음이 불거지는 것도 점차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이성윤 황제 조사’ ‘공수처 차장-여(與) 의원 접촉’ ‘위법한 압수수색 및 인권 침해 공방’ 등 부적절한 상황이 끊이질 않는다. 수사에 착수하면 불안감부터 엄습할 정도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직의 앞가림도 못하는 공수처에 사건을 믿고 맡겨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수처는 존재 가치를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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