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한 배달차량이 길가에 누워 있던 30대 여성을 밟고 지나가면서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차량 운전자 5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5일 새벽 4시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빌라 앞 골목에서 30대 여성 B씨를 차로 밟고 지나간 뒤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이 빌라에 음식을 배달하러 오는 길이었고, B씨는 사고가 나기 약 20~30분 전쯤부터 길가에 누워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B씨를 차로 친 뒤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사고 발생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난 25일 새벽 5시 30분쯤 택배 배달원이 B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결국 숨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차량 번호를 파악하고 25일 정오쯤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밟고 지나간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사고 당시 음주운전이나 과속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블랙박스와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A씨가 사고 뒤 차량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피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사고 당시 A씨가 무언가를 밟는 사고를 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사고 발생 직전까지 피해자가 생존한 점 등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인지, 저체온증 등으로 숨진 것인지 등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건 당일 서울의 새벽 최저 기온은 영하 15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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