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알고 보면

이규리

사랑하는 사람이 침묵할 때

그 때의 침묵은 소음이다

그 침묵이 무관심이라 느껴지면

더 괴로운 소음이 된다

집을 통째 흔드는 굴삭기가 내 몸에도 있다

침묵이자 소음인 당신,

소음 속에 오래 있으면

소음도 침묵이란 걸 알게 된다

소음은 투덜대며 지나가고

침묵은 불안하게 스며든다

사랑에게 침묵하지 마라

귀찮은 사랑에게는 더욱 침묵하지 마라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건너편에서 보면 모든 나무들이 풍경인 걸

나무의 이름 때문에 다투지 마라





사랑할 때는 나란히 앉는다. 망원경으로 같은 별을 보며 미래를 꿈꾼다. 아득히 먼 길도 함께 걸으며 행복하다. 생활할 때는 마주앉는다. 현미경으로 상대를 보며 어제를 따진다. 가까운 슈퍼도 서로 안 가려다가 다툰다. 알고 보면 사소한 일로 다투지 큰 일로 싸우지 않는다. 다정하던 당신이 침묵하면 내 귓바퀴 속에 사물놀이패가 들어온다. 차갑던 당신이 다정하면 굴삭기 소리도 배경음악이 된다. 굴 딱지처럼 붙었던 입을 먼저 열어보자. 입안에 맴돌던 혀는 얼마나 부드럽고 향기로운가. 2021년, 알고 보면 사소한 것들의 한해가 저물어간다.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