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역대 정부 모두에서 민간 금융지주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규제에 금융사들은 새로운 시도로 돈을 벌려는 ‘야수성’을 잃고 오히려 규제를 바라는 기형적인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금융산업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죠”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금융의 현 주소를 이렇게 평가했다. 물론 무조건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우리 경제 총 부가가치 중 금융·보험업의 비중은 6%(2018년 기준)로 5.3%의 주요 7개국(G7), 5.6%를 기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높았다. 문제는 축소지향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금융·보험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금융위기 전인 2001~2008년 연평균 7.61%에서 위기 이후인 2009~2020년에 5.06%로 하락했다. 취업자 수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18년 말 84만 명에서 올 3분기 말 79만 6,000명으로 4만 4,000명이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유력 대선주자들은 금융의 ‘파이’를 키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본 대출’ 등을 내걸었지만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서 키운다는 관점이 아닌 적대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대로 된 금융산업 육성 공약도 없이 부동산 정책의 일환인 대출 규제 완화 정도만 언급을 할 뿐이다.
현재 전통 금융사들은 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제한되고 비금융회사 지분을 20% 이상 취득할 때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등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도 혁신을 시도할 수 있게 규제를 정비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을 붙인다면 이에 따른 후생은 온전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해외 금융사가 한국을 떠나게 만드는 불확실한 규제체계, 경직적 주 52시간 근무제 등도 손 봐야 할 항목이다.
대선주자들은 인기영합주의 공약이 쏟아지는 판국에 금융산업 발전 공약이 당장의 ‘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탄탄한 금융공약은 결국 차기 정부에 양질의 일자리, 커다란 부가가치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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