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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 이준호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신념에 따라 늘 진심을 다해 자신의 자리를 지킨 배우 이준호. 그의 말마따나 6년 만에 '우리집'이 역주행 됐고, 드라마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이자 가수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는 "들뜨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는 겸손한 자세까지 보였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이하 '옷소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이세영)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이산(이준호)의 애절한 로맨스다. 이준호는 스스로를 무섭도록 몰아세우며 할아버지인 영조(이덕화)가 원하는 이상적인 후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조 이산 역을 맡았다. 완벽함을 유지하던 이산은 맹랑한 궁녀 성덕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15년 동안 거절당했음에도 성덕임과 가족이 되고자 한다. 대본을 본 순간 이산의 인간적인 모습에 매료된 이준호는 다음 장이 궁금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이야기가 주는 힘에 이끌렸고, 강렬한 이미지에 압도됐다.

"대본을 먼저 보고 원작 소설을 찾아봤어요. 아무래도 원작과 대본은 큰 줄기는 같았지만, 향하는 길이 다르더라고요. 원작에서는 성덕임의 시점으로 묘사가 워낙 많다 보니까 상상력이 필요했는데, 대본은 이미지가 강했어요. 원작은 스토리를 파악하는 정도로만 보고, 이후에는 더 보지 않았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을 절대적으로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직관적으로 처음 느낀 감정을 떠올려서 꾸며내지 않은 듯한 느낌의 연기를 하려고 했죠. 목소리 톤, 이미지, 걸음걸이 등을 신경 쓰려고 했죠. 내면적으로는 정조의 무력감 등 아픔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옷소매'가 방송되기 전 방송가는 사극 고증 논란으로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였다. 작품 역시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는 만큼, 더 철저히 고증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했다. 이준호도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만들면서 이산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로서, 그리고 이 작품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모두를 믿었어요. 최대한 모두에게 편하게 사랑받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썼죠. 어도를 걸을 때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되는지, 대비가 있을 때 이산은 어디에 앉아야 하며 성덕임은 어느 위치에 있어야 되는지 등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드라마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왕의 눈을 보면 안 되는데, 성덕임은 눈을 보잖아요. 절충을 찾아본 거죠. 모두가 잘해줬기 때문에 전 그냥 그 인물이 되기만 하면 됐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 스틸 / 사진=MBC


앞서 정조 캐릭터는 드라마 '이산'에서 배우 이서진이, 영화 '역린'에서 현빈 등이 맡은 바 있다. 쟁쟁한 선배들이 소화한 캐릭터지만 이준호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모두가 사랑한 왕을 연기하게 된 것만으로 도전 정신이 생겼기 때문에 이외의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준호만의 이산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욕심을 많이 냈어요.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눈물을 짓거나 화를 내는 것도 다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죠. 대사를 치는 템포나 리듬감은 신선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의외성을 두려고 했는데, 어떻게 표현이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되면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부족한 것들,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체크하려고 해요."

이산은 성덕임에게 계속 거절당하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성덕임은 끝까지 이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이산은 그런 성덕임을 보며 "제발 나를 사랑하라"고 눈물로 빌 정도였다. 모호한 상대방의 감정선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산은 성덕임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했을 거예요. 15년 동안 거절당했으니까요. 세손 때는 그렇다고 쳐도, 왕이 된 후에도 거절당하잖아요. 그 이유를 생각하면서 불안하고, 성덕임이 자신을 사랑하는 걸 아니까 '왜 내 마음을 거절할까' 답답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면서도 답답하더라고요. 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실제로 상처받기도 했어요. '성덕임도 나를 사랑하지만, 과연 행복한가'를 되뇌였죠. 결국 끝까지 말로는 사랑한다고 안 하잖아요. 그래도 그 사랑이 쌍방으로 이뤄졌다는 걸 확인하게 돼 마음이 편해졌어요."



작품은 이산과 성덕임의 사랑뿐 아니라 이들의 성장 서사도 담고 있다. 억눌렸던 세손 시절부터 왕이 돼 뜻을 펼치는 모습까지 정조의 인생 자체를 천천히 보여준 것. 이준호는 이산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전반부와 후반부에 세밀한 차별점을 뒀다. 세손 시절에는 정갈한 모습으로 일관했고, 왕이 된 후에는 더 편안한 호흡을 가감 없이 썼다. 말년의 정조의 모습을 그렸을 때는 더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세손 시절에는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참다가 감정의 응어리가 5회 엔딩에서 터지기도 했고요. 그때 '나는 왕세손이고 언젠간 힘이 생기니까 참고 견딘다'는 대사를 했는데, 이게 세손의 입지를 전부 표현한 것 같아요. 이 말이 주는 힘이 세서 그 신을 찍으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감정이 크게 동요됐어요. 대본에는 눈물을 흘리는 게 없었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다행히 감독님이 허용해 주셔서 나올 수 있었죠. 왕이 되고 나서는 한 꺼풀 두려움이 벗겨진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수많은 역모가 있어서 완전히 마음 편히 살지는 못했을지라도, 눈치 볼 상황은 아니어서 부담감을 벗었죠."



억눌린 세손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건 작품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평소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물 흐르듯이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이준호는 흐트러짐 없이 정갈한 세손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답답함도 감수했다. 담이 걸릴 정도로 올곧음을 유지한 그는 왕이 됐을 때 비교적 자유로워져 조금 편해졌다고 미소를 보였다.

상대역인 배우 이세영과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역부터 경력을 쌓은 이세영이 겸손한 자세로 임했기에 이준호 역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선후배 사이보다는 친한 동생이 생긴 느낌이 들 정도라고.

"저희가 촬영하면서 이세영에게 '국장님 급 경력'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이세영은 '상대적으로 주연작을 맡은지 얼마 안 됐다'고 겸손하게 말하더라고요. 또 제가 했던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오빠가 더 선배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정말 친한 사이에요. 메이킹에서 못 보여준 게 많은데, 다 보여주고 싶을 정도예요. 현장에서 이세영이 오면 기쁘더라고요. 유난히 텐션이 올라갔어요.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까지 엔딩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준호. 촬영이 끝난지는 더 오래된 시점임에도 그 엔딩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엔딩을 촬영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고,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감성적인 순간이었다. 그는 모두가 한마음이 돼 현장에 있다는 마음이 느껴져 여운이 더 오래간다고 말했다.



모두가 한 뜻이 돼 촬영한 '옷소매'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지표로 다시 한번 사랑을 확인받은 기분이라는 이준호는 시청자들에게 감사도 잊지 않았다. 또 시청률 15% 돌파 시 곤룡포를 입고 '우리집'을 추겠다는 공약도 지킬 수 있게 돼 행복하다는 그다.

"시청률이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나 꿈은 늘 크게 갖는 게 맞기에, 염원하던 것이 언젠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15%라는 수치를 목표로 잡았어요. 공약을 걸면서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걸 약속했고요. 내뱉은 걸 이루게 돼 행복하면서도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이준호는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사극이 가진 매력에 실존 인물들의 실제 사랑 이야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살아보지 못했던 시절을 대리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역할을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조선시대에 외국인 선교사들 혹은 외국인들이 직접 와서 촬영한 영상이 있더라고요. 당시 백성들의 모습 등이 기록된 게 많아서 놀랐어요.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아보고 역사를 다시 한번 공부하니 몰입하는 게 더 쉬웠죠. 후세에 기록될 만한 사랑을 남겼던 실제 두 분의 이야기기 때문에 더 사랑받은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알면서도 궁금해서 보게 되잖아요. 15년을 기다렸지만, 5년도 사랑하지 못하게 이별한 서사가 가슴 아프죠."

이준호의 2021년은 그야말로 사랑으로 꽉 찼다. 군 제대 후 돌아오니 '우리집'이 역주행 돼 가수로도 사랑을 받았고, '옷소매'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도 굳혔다. 그는 묵묵히 자신을 증명하면서 들뜨지 않도록 다잡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집'은 2015년 무대예요. 벌써 7년 전이죠. 역주행 현상은 저 역시 즐겼고, 감사해요. 물론 당시에는 군 복무 중이어서 팬 여러분을 만나지 못해 갈증은 있었으나 금세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전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제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해요."

"어렸을 때부터 좌우명이 있는데,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예요. 원했던 걸 이루기 위해 꿈꿔왔고, 힘든 점은 이겨 내려고 노력했죠. 이런 말의 힘이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제대하고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한 해가 다 끝났네요.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신 것 같아서 믿기지 않고, 뿌듯한 마음이에요. 2022년도 작년 같은 느낌으로 편하게, 진심을 다해서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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