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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카자흐스탄-韓 관계 성숙해지길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석유·우라늄 등 풍부한 자원부국

한국에 없어선 안될 경제 파트너

물류·인적 교류 채널 더 늘려가야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가 진정돼가고 있다. 시위대에 점거된 알마티 공항에 내려 불안에 떨던 아시아나 항공 승객도 곧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먼 나라이고 우리 국민도 괜찮으니 이제 관심을 갖지 말자고 해서는 안 된다.

카자흐스탄은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의 요충이며 세계에 주요 자원을 공급하는 국가다. 세계 9위의 넓은 땅을 가졌으며 석유 매장량 12위, 우라늄 매장량 2위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카자흐스탄 시위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넘고 우라늄 가격이 10% 상승하기도 했다.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국가인데 시위로 인터넷이 통제되는 바람에 비트코인 값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국제시장에 영향을 준다.

카자흐스탄 시위는 액화석유가스(LPG) 값 급등으로 촉발됐다. LPG는 많은 카자흐 사람들이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하는 서민의 주에너지원인데 생산원가가 올라 정부가 가격상한제를 풀자 값이 두 배로 뛰었다.

소수에 집중된 부의 불균형과 부패가 쌓였던 것도 심층 요인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조직된 국외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하고 외신에서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간의 권력투쟁설도 돌았다.



경제 실패와 정치 역학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위가 크게 확산되자 토카예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포함해 6개 국가로 구성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병력 지원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재빨리 군대를 파견해 진압했다. 1991년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엑슨모빌·셰브런 같은 석유 회사가 투자하면서 관계를 확대해온 미국은 바로 반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카자흐스탄이 국내적으로 시위대와 평화적 해결을 이루기를 주문하며 러시아군 파병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사태 안정 이후 토카예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러시아 군대가 빨리 돌아갈지 여부, 그리고 1만 명이나 되는 시위 관련 감금 인사들에 대한 조치 등이 주목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1992년 외교 관계를 맺은 후 올해로 30년째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고 상대했던 정상도 답방했다.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한국에는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이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최근 공급망이 분리되고 국가 간 자원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짐에 따라 지난해 한국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원유 17억 달러, 우라늄 3억 7,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카자흐스탄에는 10만 명의 고려인이 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물적 교류를 넘어 문화와 지식을 포함한 폭넓은 인적 교류를 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배우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기술 교육을 받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정부 요직과 주요 기관의 책임자가 돼 있다. 이번에 시위가 크게 일어났던 알마티에 세운 한국교육원에서는 한국어 강좌가 큰 인기이며 곳곳에서 K팝 등 한류 열기도 높다. 러시아의 안보 지원, 미국의 석유 개발 투자,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는 동기와 목적이 달라 일반 국민의 호감도가 훨씬 크다.

카자흐스탄 시위는 중앙아시아 공통의 특징인 장기 독재 정치 체제의 결과로 생긴 유산이다. 다행히 이웃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미흡한 수준이지만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에 따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과의 관계도 확대 발전했다. 시위로 큰 진통을 겪은 카자흐스탄 정부도 같은 길을 선택해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관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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