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좀처럼 들리지 않는 구조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하염없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 마련된 천막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전날 지하 1층 인근에서 60대 남성의 시신이 수습된 만큼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기를 바랬다.
한 실종자 가족 A씨는 “매몰자를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가족이길 바라면서도, 사망했으니 내 가족이 아니길 바라기도 했다”며 “이런 나의 모습에 죄책감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매형이 아직 나오지 못했다는 B씨는 “전날 온종일 천막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새벽 1시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갔다”면서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마시고 오전 4시쯤 겨우 잠들었다. 실종자 가족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가족들은 수색 작업에 열중하는 119구조대원이나 장비 업자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자정쯤 천막 밖으로 나와보니 중장비 작업자로 보이는 7∼8명 정도가 매우 지친 모습으로 요깃거리를 찾아 주변을 헤매고 있었다”면서 “사고 현장 주변에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을 장소조차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현장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실종자 수색이 난항을 겪는데다 현대산업개발이 설치하기로 한 해체용 크레인 조립 작업까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 대표인 한 모씨는 “서부소방서장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추가 붕괴 위험이 없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붕괴 위험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구조가 어렵다고 말하지 말고 장비 지원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가족들은 구조작업 상황을 알리러 온 현대산업개발을 향해 “왜 계속 작업 준비만 한다고 하느냐”, “그동안 계속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제 정말 화가 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실종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C씨는 “가족을 위해 일만 하셨던 아버지께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실종자 구조 작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실종자들이 어디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 구조 작업이 한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신속하게 더욱 많은 장비를 지원해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붕괴 사고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종자의 딸이라고 밝힌 D씨도 SNS에 황망한 마음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창호작업을 하는 아버지는 사고 당일 현장에 출근했다”며 “그날까지만 근무하고 다음 날부터 다른 현장에 나갈 예정이었지만 그곳에 갇혀 돌아오지 못하고 계신다”고 원통해 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하루빨리 아버지를 찾고 싶다”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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