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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어나더 라운드’]술, 인생에 藥일까 毒일까… 술과 함께 바치는 인생 찬가

무기력한 네 중년, 술 한잔에 활력

절제 없는 음주에 위기의 순간도

술에 비친 '인생의 명암' 그려내





마르틴(마스 미켈센), 톰뮈(토마스 보 라센), 페테르(라르스 란데), 니콜라이(마그누스 밀랑)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고등학교 동료 교사들이다. 이들은 아내와 자녀들과 데면데면해졌고, 의욕 없는 학생들 앞에서 수업할 열정이 무너져서 대입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는 항의를 받는 무기력한 중년들이다. 니콜라이의 생일을 맞아 모인 네 사람은 ‘인간에게 결핍된 0.05%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한 학자의 가설에 귀가 솔깃해진다. 마르틴은 다음날 학교에 몰래 술을 가지고 가서 한두 잔씩 마시는데, 왠지 활력이 도는 느낌이 평소와 다르다. 그 길로 네 사람은 실험에 나선다. 일과 중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되 퇴근한 저녁 8시 이후와 주말엔 음주하지 않는다는 조건과 함께.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이들 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술이 주는 인생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한데 묶어낸 영화다. 적당한 알코올이 자극을 준 듯, 네 사람의 수업에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학생들도 호응을 보낸다. 마르틴은 아내와 두 아들과의 사이를 회복하기도 한다. 술이 주는 활력에 맛을 들인 네 사람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올려보기로 한다. 실험 내내 0.05%라는 선을 불안하게 넘나들었지만, 아예 술을 최대치로 마셔서 최적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찾아보기로 한 것. 넷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를 넘어간다. 만취상태다.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지 못한 네 사람의 모험은 점점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그 대가는 엄중하다. 유쾌한 톤을 줄곧 유지하던 영화의 흐름은 급격하게 무거워지고, 술이 가져온 인생의 파멸적이고 싸늘한 그림자를 비추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영화의 흥겨운 분위기까지 망가트리지는 않으면서 인생을 긍정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충실하게 관철한다.

영화를 연출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데 딸 아이다의 제안이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고 밝혔다. 아이다는 실제로 마르틴의 딸 역할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촬영 나흘째 되던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빈터베르그 감독은 지난해 이 영화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으며 “아이다, 방금 기적이 일어났어. 이 상은 너를 위한 상이야”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감독의 이런 개인적 소회까지 녹아든 작품이다 보니, 인생의 아름다움과 희로애락을 춤으로 승화한 마지막 시퀀스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무용수였던 미켈센은 마지막 장면에서 각종 지형지물을 넘나들며 흥겨운 재즈발레 한 판을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선보인다. 인생의 즐거움을 약간의 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술 한 잔이 고파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러닝타임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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