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전쟁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다시 만나 담판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간 연쇄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다만 양측이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탐색을 마친 만큼 이번 만남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만남은 양국 장관의 통화에서 합의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외교적 출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와의 만남에 앞서 우크라이나와 독일도 방문한다. 러시아는 따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을 가를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자신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서방의 제재가 가해져도 우리 금융기관이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시 서방으로부터 국제 제재를 당한 후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준비를 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2015년 이후 70% 이상 급증해 현재 6,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율은 16.4%, 유로화 비율은 33%에 달한다. 이어 금과 중국 위안화가 각각 21.7%, 13.1%를 차지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의존도도 낮췄다. 외국인이 보유한 러시아 국채 비율은 지난해 20%까지 줄어들었고 러시아 기업들이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도 절반가량 감소했다. 2014년 1,500억 달러였던 외국계 은행의 러시아 기업 대출액은 지난해 800억 달러로 축소됐다. FT는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면서 국제사회 충격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