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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두려움이 방역의 힘이다

여론독자부 차장





요즘 커뮤니티에 ‘백신 로트 번호(제품 생산 번호) 괴담’이 재등장했다. 코로나19 쿠브 애플리케이션에 기록된 제조 번호로 부작용 백신을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출처 미상의 게시글들이 나돌아다닌다. 백신 반대론자나 호사가들의 뒷담화용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존재하고 크다는 방증임에 틀림없다.

두려움은 원래 방역에 힘을 모으는 인력으로 작용한다.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하고 백신 접종을 이끈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역으로 인해 자신의 일상이 침해받을 것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의 공포로 변한다. 이번엔 방역과 멀어지려는 힘, 척력(斥力)이 된다.

방역과 일상을 누릴 권리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 조정은 결국 정부의 몫인데 사회 안전을 위한 공익과 기본권 제한을 놓고 방역 당국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연초부터 대형마트 등 출입 방역 패스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정부가 한발 물러서 생활 필수 시설 방역 패스를 철회했다.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을 웃도는 유럽 국가들조차 방역 강화보다 고삐를 늦추는 쪽에 가깝다. 영국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고 포르투갈·덴마크 등도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감염 공포보다 개인 권리, 경제활동 제한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할 때 결국 방역 당국이 취할 자세는 유연함과 속도다. 2년 넘게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쌓인 무력감과 집단 면역에 대한 회의감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점도 반발 심리를 키울 수 있어 빠르고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에게 오미크론 변이는 발등의 불이다. 신규 확진자가 7,000명에 육박하고 다음 달 2만 명대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빠른 검사와 신속한 치료제 투여 등 위중증 관리 중심의 정부 대책이 한 치 어긋남 없이 실행돼 의료 체계 붕괴를 막는 게 급선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공공 의료 확충 공론화다. 파고를 넘긴 직후가 다음 위기를 떠올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환자 80%를 공공병원이 도맡고 있다. 공공병원 확대 없는 효과적인 재난 대응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세계 방역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엔데믹(주기적 유행의 토착병)으로 바뀌어도 위기의 끝은 아니다. 그나마 경계와 두려움이 남아있을 때만이 지쳐가는 우리 사회에 일상을 돌려주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역 모델을 만들도록 허락되는 시간이다. 방역 체계의 ‘골든아워’는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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