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우려됐던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나흘째 3만 명 이상 환자가 속출하면서 현실화됐다. 지난 3일 오미크론 대응 체계가 가동되면서 장담했던 숫자의 호흡기 전담 클리닉이 참여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고 국민은 제때 진단·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됐다. 최대 환자 수 예측도 3만 명에서 17만 명까지 오락가락하고 보건복지부는 오미크론을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반해 질병관리청은 시기상조라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7일 발표된 오미크론 방역·의료 체계는 정부가 해야 할 확진자 조사, 관리 대상, 격리 방식, 재택치료 모니터링 등을 대폭 생략하고 국민 스스로 알아서 생존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 저지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자가격리 앱’을 폐지하고 격리 중 동거 가족의 외출을 허용한 것은 방역에 빈틈을 줘 오미크론 전파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오미크론 환자 폭증으로 제한된 방역 자원을 중증·사망자를 줄이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하지만 내용상 60세 이상 고령자 위주의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의심됐을 때 60세 이상만 선별진료소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즉시 받을 수 있다. 적어도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60세 미만 기저질환자, 백신 미접종자 및 중증 임상 소견(호흡 곤란, 의식 손상, 혈압 저하 등)을 나타낸 사람도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감염 초기 바이러스량이 적어 위음성이 나온 경우에는 오히려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 코로나19로 확진돼도 보건소에서 즉시 연락이 오지 않아 직접 찾아가야 재택치료 여부를 알게 된다. 가까스로 의료진을 만나도 증상이 시작된 지 5일을 초과해 항바이러스제(팍스로비드) 투약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종종 재택치료키트도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다.
지금 가정에서 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는 품절돼 약국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 생산·유통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싱가포르처럼 정부가 국민에게 무료로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할 필요도 있다. 코로나19 의심 무증상자는 동네 병·의원 호흡기 클리닉에서 자비로 신속항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민의 진료·검사 비용 부담은 코로나19 진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적어도 경제적 취약자의 코로나19 진료비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재택치료 환자 중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60세 이상과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자만 포함해 집중 관리한다며 기저질환자와 백신 미접종자를 제외한 것 역시 큰 문제다. 앞으로 이들 가운데 재택치료 중 중증 환자가 속출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예견된다. 오미크론 환자가 폭증하면 동네 호흡기 클리닉에서 대부분 환자의 1차 진료를 전담해 진단·치료 및 진료 모니터링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 정부가 확약한 충분한 수의 병·의원이 확보돼 있지 않다.
호흡기 클리닉에서 의사가 진찰한 뒤 즉시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확진된 경우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는 원스톱 신속 진료 체제가 필요하다. 작금의 오미크론 대응 현황을 보면 불과 2개월 전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중증·사망자가 증가하고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위기에 빠졌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더 큰 위기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당면한 오미크론 유행은 이달 말 1일 확진자 17만 명 발생이 예상되기에 더욱 심각한 의료 체계와 사회 필수 유지 기능 붕괴가 예상된다. 신종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비·대응의 원칙은 가장 최악의 상황에 대비·대응할 때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 그러나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책을 보면 가장 최선의 상황인 계절독감 수준으로 대비·대응해 자칫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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