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한국 선수단 성적이 기대만 못 하다. 우리 실력이 떨어져서지만 쇼트트랙 등 강세 종목에서 주최국 중국의 텃세가 작용한 탓도 크다. 이번 올림픽은 올가을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내적으로 중국 국민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대외적으로 미국 등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중요한 행사다.
문제가 됐던 개막식의 한복 입은 여성도 이러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의상 중 하나라는 중국의 설명은 다른 소수민족과 달리 한복이 대한민국의 문화와 전통이라는 점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 여성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의식에 동원됐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지난 2017년 시 주석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한 발언을 상기하게 한다.
이러한 중국에 대해 정부는 한없이 관대했다. 시 주석의 방한을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다렸고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려다 미국이 보이콧하는 바람에 어렵게 되자 한중 화상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도 발표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에 기대를 거는 모습인데 성사 가능성도 작고 설사 통화하더라도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무슨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대중 유화 정책은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핵심인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해 중국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국의 우선순위는 북한 문제보다 미중 패권 전쟁이며 이는 시 주석이 주창한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민간 기업을 표적으로 보복할 정도로 과민 반응을 보인 것도 시 주석의 직접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국가 통제 체제 강화에 맞서 미국과 유럽 등 동맹국들이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와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 뉴질랜드처럼 작은 나라나 석탄·쇠고기 수출을 중국에 의존하는 호주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도 ‘중국 바라기’의 모습을 벗어나 인권 존중 등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고 인도·일본·호주가 참여하는 중국 견제 모임인 쿼드(Quad)에 공식 가입은 못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것도 중국 압력에 대응하는 방안의 하나다.
중국이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나라이므로 경제적으로도 ‘중국 바라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양국 경제는 상호 보완 관계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 한국이 중간재나 부품을 중국에 수출해 그곳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으로 파는 삼각 무역 체제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
중국 성장률도 정체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8%로 예상했는데 과거와 같은 두 자릿수 또는 6%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앞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같은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을 중국을 대체할 수출 및 생산 기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스타인 BTS는 중국에 바른말을 함에도 많은 중국 팬을 갖고 있다.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기술 제품으로 국제 경쟁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과 세계시장을 제대로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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