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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13만 병력 우크라 삼면포위…英선 "2차대전 직전 분위기 연상"

[일촉즉발 우크라이나]

■ '올림픽 기간중 침공' 현실 되나

외교적 해결시간 부족 우려 속

"러, 오늘 예정 우크라 훈련 겨냥

침공 명분 '자작극' 벌일 가능성"

다급한 우크라 바이든 방문요청도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3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의 보리스필공항에서 미제 FIM-92 스팅어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을 옮기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기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대규모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시간이 넘는 ‘전화 담판’으로도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러시아군 13만 명이 우크라이나의 삼면을 포위하듯 집결했고 백악관은 러시아가 베이징 올림픽 폐막 이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기존의 관측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러시아의 침공 시점(16일)까지 못 박아 보도한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美 안보보좌관 “러시아 조만간 대규모 군사행동 있을 것”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오는 20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폐막 이전에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배치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병력을 증강하는 방식, 그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조만간 대규모 군사행동이 있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침공 징후에 대한 미국의 판단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앞서 미러 정상은 62분간의 통화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으나 근본적인 입장 차는 전혀 좁히지 못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의 침공이 미사일과 폭탄 공격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후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맹공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방법에 전념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면서 “(상황을) 낙관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외교적 진전을 모색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13만 러시아군 우크라 포위…15일 자작극 가능성도

실제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군은 최근 몇 주 사이 10만 명에서 13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병력은 크게 벨라루스, 러시아 서부, 크림반도 등에 배치돼 우크라이나 국경을 에워쌌으며 이에 더해 흑해에 해군 함정 등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 최정예 특수부대는 물론 최첨단 전투기 수호이(SU)-35S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이스칸데르 지대지미사일 여단이 포함된다.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으나 특유의 빠른 전술로 우크라이나를 제압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포진해 있는 700~800명 규모의 대대전술단(BGT) 80여 개가 수도 키예프로 신속히 진격하고 일반 러시아군이 이를 따르는 방식이다. 벨라루스와 흑해에 배치된 전투기, 미사일, 다연장 로켓 시스템, 정찰 드론 등은 공중에서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전 등의 형태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병력 역시 26만 명에 달하지만 정예군은 대부분 동부 돈바스 접경 지역에 집결해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북부와 남부에서 협공해올 경우 포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 정보 기관은 러시아가 15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훈련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처럼 꾸며 침공 구실을 만드는 ‘가짜 깃발 작전’에 나설 가능성 또한 제기하고 있다.

다급한 우크라 “바이든 대통령 방문해달라”

러시아의 대대적인 병력 증강 속에 우크라이나도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제 스팅어 지대공미사일과 탄약 등을 받아들이는 등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열일곱 차례에 걸쳐 미국으로부터 1500톤의 탄약을 공급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수일 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주면 (미국의 지지에 대한)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은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은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러시아 침공 시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우방 영국에서는 최근의 상황을 두고 ‘뮌헨 협정’ 당시와 비슷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탱크 엔진을 끄면 우리도 다들 집으로 갈 수 있겠지만 지금 서방 진영의 일각에서는 뮌헨 협정 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뮌헨 협정은 지난 1938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4개국 정상이 모여 독일인 거주 지역인 체코의 수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기는 대신 체코 국경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한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히틀러는 이 협정을 무시하고 다음 해 체코를 병합한 후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 또한 무모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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