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일부 군병력을 철수했다는 소식에 유럽 주요국은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야전 병원을 세우고,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트를 사이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전쟁을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추가로 포착돼 경계를 풀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15일(현지 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 병력의 철수 소식은) 좋은 신호”라며 “더 많은 군대가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결책을 찾는 일은 가능하다”며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심각해 보인다고 해도, 나는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의 가브리엘 아탈 대변인 역시 러시아군의 철수가 실제로 확인된다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원하는 긴장 완화에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날짜로 제시된 16일을 하루 앞두고 일단 긴장이 완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가 전쟁을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며 갈등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군한다는 발표를 아직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상황은) 고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야전 병원을 건설하고 있다며 “이는 침공에 대한 준비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철군 발표는 기습 공격을 위한 일종의 ‘위장 전술’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역시 조심스럽게 낙관할 근거는 일부 있지만 “현장에서 아직 긴장 완화의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군 웹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받기도 했다. 최대 상업은행 프리바트방크와 대형 국영은행 오샤드방크 홈페이지 역시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업무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이버보안센터는 “러시아가 공격의 배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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