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20세기 미국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죽기 전에 뉴욕에 있는 그의 집에서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나 이제 가네!”라고 작별인사를 했다고 한다. 역시 20세기 미국 칼럼니스트 부크월드는 자신의 죽음을 ‘뉴욕 타임즈’ 인터넷 판 동영상 비디오에 직접 출연해 알렸다. “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둘 다 인생을 마감하는 큰 행사의 하나인 죽음 앞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위엄스럽고 또 유쾌해 보여 좋았다. 88서울국제펜대회가 있던 해 여름 무슨 일인가로 숙소인 북악스카이호텔로 찾아간 나에게 인도인 남자친구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줍게 웃던 앨런 긴즈버그의 말 같은 긴 얼굴이 떠오르는 밤이다. 부디 잘 갔기를! 부크월드도.
두 사람 모두 틀림없이 잘 갔을 것이다. 그곳이 얼마나 재미있으면 문자 메시지 한 장 없을까. 아니다. 저 예절 바르고 유머러스한 사람들이 두고 온 사람들에게 소식을 빼놓았을 리 없다. 저승과 이승 사이 아직 전화선이나 인터넷 통신망이 깔리지 않은 탓일 것이다. 오래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봄마다 돋는 푸른 풀잎이, 여름마다 자욱한 신록이, 가을마다 물드는 단풍이, 겨울마다 몰아치는 눈발이 그들의 편지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온전히 읽지 못해서 누구나 감탄하는 신비로운 문자인지도 모른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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