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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우파가 말하는 법과 자유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반달리즘 성향 캐나다 트럭 시위

수십억 달러 경제적 손실 불러와

미국서도 우파의 겁박 행위 만연

BLM시위대를 미치광이로 묘사한

일부 언론·운동가에 쾌재 부르기도





캐나다 경찰이 지난 일요일, 수도 오타와의 앰배서더교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반백신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디트로이트와 윈저를 연결하는 앰배서더교는 하루 3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 교역 상품이 오가는 캐나다의 핵심 상업로다. 그러나 시위대는 다른 주요 교량들을 봉쇄한 채 오타와의 일부 지역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교란 행위에 맞서는 캐나다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는 미국인들의 눈에 다소 낯설게 비쳤을지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놀라운 사실은 미국에서도 인종차별 해소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마구잡이로 욕설을 퍼붓는 미국 우파의 경제적 반달리즘과 공공연한 겁박 행위가 사실상 용인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캐나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달리즘으로 규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돌입한 캐나다 트럭 기사들은 ‘자유호송대(Freedom Convoy)’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앰배서더교를 점거한 시위자들 가운데 트럭 기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주 블룸버그의 한 기자는 앰배서더교 양쪽에 차단막을 형성한 차량 가운데 대형 트럭은 단 세 대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주로 픽업트럭과 승용차였다고 전했다. 국경 양쪽의 트럭 기사들 가운데 상당수를 대표하는 운송 노조는 교량 통행 차단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수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자들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북미 제조업 분야는 국경 양쪽에 위치한 공장들 사이의 끊임없는 부품 흐름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이 같은 흐름의 차단은 생산 축소, 심지어 공장 폐쇄를 불러오는 등 제조업 전체에 심각한 손실을 안겨준다.

트럭 기사들이 우회로를 찾아 나서면서 대체 교량마다 통행 대기 차량이 기나긴 행렬을 이루는 등 앰배서더교 차단이 불러온 간접 경비 또한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하루 3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시위대에 의해 오타와에서 발생한 피해액까지 합치면 ‘트럭 기사’들이 초래한 경제적 손실은 수십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단히 흥미로운 수치다. 왜냐하면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뒤이어 나온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와 관련해 보험사들이 추산한 총손실액과 거의 비슷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는 연인원 1,5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같은 대비는 BLM을 방화와 약탈의 아수라판으로 묘사한 우익 언론 애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이다. 사실 BLM 시위는 놀랄 만큼 비폭력적이었다.

반면 캐나다의 시위는 시종일관 꼭 필요한 상품의 흐름을 차단하고 대중의 생계를 위협하는 등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상점의 창문을 부수고 약탈을 하는 것 못지않게 파괴적이었다. 게다가 원활한 교역에 의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무차별적인 손실을 입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시위인가. BLM 시위는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경찰에 대한 반응이었다. 캐나다 사태는 문화 전쟁이라는 우파의 어젠다에 힘을 싣기 위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피로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예상대로 미국 우파는 이를 즐긴다. 경찰의 인명 살해에 항의하는 평화로운 시위를 존재론적 위협으로 묘사하는 자들은 법을 어기고 재물을 파괴하는 우익 운동가들의 거침없는 행동에 쾌재를 부른다. 폭스 뉴스는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교량 봉쇄와 점거 농성 사태를 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BLM 주도자들을 ‘미치광이 폭도’라고 부른 랜드 폴 상원의원은 미국에서도 캐나다식의 ‘도시 봉쇄’ 시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트럭 기사들에게 슈퍼볼 경기를 중단시키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시위대 강제 해산을 통한 앰배서더교의 재개통은 파괴적인 시위에 대해 광범위한 단속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필자는 우리가 모두 이 순간을 기억하기를 희망한다. 특히나 특정 정치인과 언론계 인사가 ‘법과 질서’를 입에 올릴 때 이 순간을 떠올렸으면 한다. 최근의 사태는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확인해줬다. 우파에는 그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불법 행동과 무질서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이를 열렬히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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