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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경제는 심리"라지만… 도그마에 빠진 경제 관료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 커지는데

정치인, 관료는 모두 경제 낙관적 면만 부각

무역수지, 재정건전성 등 우리 경제 안전판 모두 흔들려

냉정한 상황인식으로 비상 플랜 세워야





“올해 물가는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 하반기 이후 안정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크라이나 긴장이 수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만 무역수지는 지난 1월을 저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공급망 병목,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당이나 경제 부처 당국자들의 발언을 가만히 지켜보면 대체로 낙관적 발언이 더 눈에 많이 띕니다.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해 아직은 위기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경제부처 당국자들은 ”경제는 심리"라는 도그마(교조·교리) 때문에 섣불리 비관적 발언을 할 수도 없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경제 여건이 한가하게 긍정론만 쏟아낼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뒷북경제가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을 하나 하나 짚어 봤습니다.

부산항 전경 /연합뉴스


①비상 걸린 무역수지=경제 낙관론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수출 실적입니다. 우리 수출은 지난달 553억 2000만 달러에 달해 역대 1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난해 말부터 수출보다 수입액이 더 늘어난 무역수지 적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품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렸기 때문입니다. 이번달 20일 누적 기준 무역수지는 16억 79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습니다. 무역수지가 흔들리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우리나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인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죠. 경상수지가 실제 적자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흑자 폭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을 불러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 주식 1조 677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②재정 건전성도 빨간불=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여당은 국가채무 비율을 확장 재정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보면 훨씬 낮아 씀씀이를 더 풀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OECD 통계 기준 우리나라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D2) 비율은 48.9%로 OECD 평균인 130.4%보다 낮습니다다. 그러나 국가 부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장 400조 원에 달하는 공기업 부채가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가 공기업에 사실상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부문 부채(D3) 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66.2%까지 치솟게 됩니다. 올해는 7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연금 충당 부채 약 1000조 원을 더하면(D4 부채) 부채비율이 120%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나 준(準)기축통화 국가로 평가받는 유럽·일본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빚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성장을 위해 빚을 졌다면 앞으로는 현금성 소비를 위해 부채를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주시 유세현장에서 발차기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외환 보유액도 감소=대외 충격에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외환 보유액도 석 달째 줄고 있습니다. 1월 말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4615억 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말(4692억 1000만 달러) 대비 76억 8000만 달러 줄었습니다. 외환 보유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이나 경제 규모에 비하면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IMF가 권고하는 적정 외환 보유액 기준은 연간 수출액의 5%, 광의 통화량(M2) 5%, 유동 외채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99%로 사상 처음 10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보다 기준이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 적정 외환 보유액을 9000억~9300억 달러로 봅니다. 외환 보유액을 현 수준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④실물 경기 지표도 잇달아 하락=올 들어 실물 경기 지표가 잇달아 내림세를 보이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85를 기록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향후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보는 기업인들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데 더해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이 기업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한 달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103.1을 기록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치이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향후 경기 전망, 가계 수입 전망, 현재 생활 형편 등을 묻는 구성 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등 ‘체감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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