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산에서 혼자 사전투표를 했다. 통상적으로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투표장에 나타나던 대선 후보의 모습과 달랐다. 막판까지 박빙 구도로 흘러가는 대선 국면에서 배우자 등판으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배우자 리스크 의식했나, 李·尹 모두 ‘나홀로 투표’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이날 오전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했다. 검은 코트에 빨간 머플러를 두른 차림이었다. 사전투표 일정은 기자들에게 따로 공지되지 않았고, 최지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등 소수의 인원만 동행한 채 이뤄졌다.
김 씨는 투표를 마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고생이 많다”고만 짧게 답했다. ‘윤 후보의 공식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부인 김혜경 씨와 동행하지 않고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 혼자 사전투표를 마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혜경 씨가 비공개로 본 투표 때 투표할 것 같다”고만 전했다. 앞서 2014년 성남시장 선거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는 모두 이 후보와 김 씨가 함께 사전투표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결국 유력 주자들의 배우자 모두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두문불출 할 전망이다. 이들이 공개 행보에 나설 경우 본투표를 앞두고 자칫 여론의 반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혜경 씨는 ‘경기도 공무원 사적 이용’,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김건희 씨도 ‘허위 경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단일화 후 보이지 않는 安 vs 적극적 지원 유세 金
윤 후보 옆에 보이지 않는 중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극적인 야권 단일화 후 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다.
안 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윤 후보와 함께 단일화 공동선언을 한 뒤 윤 후보의 충청·경남 유세에 합류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양보 후보가 단일 후보의 유세장에 나타나 찬조 연설을 하거나 손을 맞잡는 등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4일에도 윤 후보의 영남권 유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후보의 이날 공식 일정은 오후 6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일정 뿐이었다.
단일화 결정이 워낙 급작스럽게 이뤄진 탓에 국민의당과 안 대표 지지자의 실망과 비난의 여론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합동 유세는 일정을 협의 중이고 곧 나설 예정”이라며 “전체 지지층의 10% 되는 적지 않은 분들께 (단일화 관련해) 설명과 사과를 드리는 게 먼저”라고 전했다. 안 대표는 5일 경기 이천에서 윤 후보와 함께 첫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안 대표는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자필 편지 형태의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날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로 당원들에게 사과한 뒤 재차 사과한 것이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완주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3~4일 연이틀 이 후보 지원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후보는 전날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 이 후보의 손을 맞잡고 “이 후보와 저는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공유하면서 함께 힘을 합쳤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윤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이들은 나라의 비전은 뒤로 제쳐 놓고 어떤 자리에 어떤 권력을 나눌 것이냐고 한다”며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사전 투표를 마치고 배우자 정우영 씨와 함께 충청에서 이 후보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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