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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당신이라는 말

- 나호열

양산 천성산 노전암 능인스님은

개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다

스무 첩 밥상을 아낌없이 산객에게 내놓듯이

잡수세요 개에게 공손히 말씀하신다

선방에 앉아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싸우든 말든 쌍욕 앞에 들어붙은 개에게 어서 잡수세요

강진 주작산 마루턱 칠십 톤 넘는 흔들바위는

눈곱만한 받침돌 하나 때문에 흔들릴지언정 구르지 않는다

개에게 공손히 공양을 바치는 마음과



무거운 업보를 홀로 견디고 있는

작은 돌멩이의 마음이 무엇이 다른가

그저 말없이 이름 하나를

심장에게 꺼내어 놓는 밤이다

당신





북해도 아이누 족들은 세상을 둘로 나누어 불렀다고 한다. 사람을 가리키는 ‘아이누’와 사람을 제외한 모든 생명과 물상을 신으로 호명하는 ‘카미’가 그것이다. 그들에게는 곰도 신이었고, 연어도 신이었으며, 나무도 신이었고, 냇물과 바다도 신이었다. 인격은 스스로 높이는 게 아니라 타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 모든 것들을 ‘신’이라 부른 그들은 평생 ‘신과 함께’ 살다 갔다.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며 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것’으로 부르고 있는 문명인들은 평생 ‘그것들과 함께’ 살다가 ‘그것’들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섬기는 이는 낮아지지 않는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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